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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 - 몽골에서 보낸 어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평점 :
몽골여행에서 돌아와 여독을 풀고 있을즈음
나의 손에 쥐어진 몽골의 흔적은 계속 공기처럼 함께 존재하는 듯 했다.

책속엔 아름다운 초원의 모습과 몽골이 담겨있었고
몽골 초원을 답사하면서
몽골인과의 인연을 통해
자연 환경의 변화를 보며
작가는 담담히 써내려 간다.
인생의 모진 문제들과 사건들이 그리고 번뇌와 고민들이
황량한 사막의 한복판에서는
한갖 먼지에 불과해보이는 것처럼
우리가 부둥켜 안고 있는 수많은 것들이 그렇게 덧없음을 책을 읽는 내내 절절이 느낄 수 있었다.
작가는 내가 느낀 몽골과 비슷하게 경험했던 것 같다.
"몽골 사람의 등에는 바람이 묻어 있고 그들의 문화적 비밀 또한 바람에 새겨져 있다. 경계도 장벽도 없는 무한한 공간을
형상도 없이 오고 가는 바람의 갈피에 몽골이 존재하는 셈이다." ( p 61)
초원에서 사는 존재들은
작은 것에 감사하게 만든다.
황량한 들판에서 만난 노란 꽃들이
주는 행복은
수십만원짜리 플로리스트가 만든 꽃바구니와 어찌 비교할 수 있을까..
바람이 시작되고 근원적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초원에서의 먼지같은 존재 인간.
소유도 무소유도 묻지도 않는 그곳에선
존재만으로도 힘이 있는 것이었다.
초원에서 만난 하얀 솜 에델바이스, 그 유혹을 못이겨 몇 송이 책속에 고이 담아왔는데
작가도 에델바이스에 대해 말한다.
"에델바이스, 몽골 말로 차강올. 하얀 솜이라는 뜻입니다. 옛사람들이 왜 애인에게 이걸 선물했는가 하면 언제까지 색깔이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p 98)
나도 이와 같은 말을 함께 여행한 몽골인에게 들었다. 그녀의 말은 더 신기했다. 그녀 어릴적
에델바이스를 베개속으로 사용했다고 하니
꽃을 어떻게 베게속으로 사용하나...믿기 어려웠다.
그러나 100일이 지난 지금에도 에델바이스는 내가 꺾었던 그대로 색도 재질도 변함이 없다.
에델바이스 같은 사람이 어디에 없을까..
"고독한 영혼을 위무할 꽃향기도, 수고로운 육신을 쉬게 할 숲 그늘도, 대지에 뿌려놓고 생명의 육성을 기다릴 씨앗 한 톨 존재하지
않는 광야에 서면 정착 사회에서의 오만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돈을 조금 가졌다고 해서. 섬섬옥수의 경쟁력을 주변의 사랑을
조금 받는다고 해서, 또 명민한 두뇌로 영장류의 능력을 조금 발휘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일 것인가? 문명계에서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생존 수단들이 하나도 먹혀들 것 같지 않은 한계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p 168-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