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섬옥수
이나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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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만나는 섬은
언제부터인가 평온함보다는 관광객들로 인한 분주함이 있었다.
도시인이 섬을 찾아간 이유들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섬이 주는 평안과 안정, 고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어하는 마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감정일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섬들은 그런 도시인의 기대를 저버린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붐비다 보니
고요는 사라지고
점점 자연은 훼손되고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쓰레기들은
미간을 찌부리게 한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호객행위를 하며
이리저리 잡아 끈다면 상황은 최악이다.
여행목적과 너무나 상반된 섬의 풍경이
당황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인들은
또 다시 여름이 되면
시간이 나면 섬으로, 섬으로 향하게 된다.
 
이중적인 의미로 다가온 이나미의 연작소설 [섬, 섬옥수]는
땅끝섬 사람들의 군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을 읽자니
마치 그 섬에서 한 달을 머무르며 관찰자가 되어
그들과 함께 동거동락한 느낌이다.
사실적이고 디테일있게 묘사한 낚시하는 모습은
마치 방송을 보고 있는 듯하다.
구수한 사투리는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제주도 방언과 비슷하게 들리는 그 말들이
땅끝섬에서 들린다면 남다른 분위기를 자아낼것 같다.
소설 속에는 무수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모두 가슴 속 사연들을 가지고 흘러 흘러 이 곳까지 오게 되고
그들은 모두 섬에서 가슴 속 묻은 사연들을 쓸어내리며 살아간다.
 
 ' 숱한 파도와 바람을 뒤집어쓰면서도 나뭇잎처럼 떠 있는 섬처럼 의연하게 살 순 없을까.
스스로 어찌해보려고 안간힘을 쓴들 어디 삶이 뜻대로 되던가.
욕망도 절망도, 행복과 기쁨도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인데 그 마음 하나
비우기가 어려워 이렇게 몸부림치는구나.' (p 41)
 
정신없는 섬의 삶,
개싸움이 자주 일어나는 모습, 어쩜 섬의 개들은 인간을 닮은 듯 하다.
 
' 욕심이 없으면 적이 없고 아는게 없으면 걱정이 없고
싸우지 않으면 질 일도 없잖아요. 저도 그렇게 살려고 애를 씁니다만....쉽진 않아요! ' (p 24)
 
그래도 작가는 그 속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불행과 행복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도는 것이니까..
오늘처럼 비오는 날 땅끝섬에서 회 한 점 먹어보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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