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번지 파란 무덤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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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가 심상치 않다. 주소가 적힌 무덤이 제목이고 기괴한 그림 속 파란자켓의 남자는 아무래도 주인공인듯 하다.
순정만화의 주인공처럼 곱상하게 생긴 그의 얼굴엔 파란 장미가 그려져 있다.
무서운 이야기이면 어쩌지? 하는 의구심으로 책장을 넘겨 본다.
조선희 작가는 사학과 출신으로 중국사를 석사로 전공했다는 다소 특이한 작가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이력은
소설의 여러가지 요소들을 역사속 인물들, 역사속 고서와 연결시켜 주는 근원이 된다.
[파란 무늬의 손]에 등장하는 여자는 읽는 내내 그녀의 현실이 안타까와 숨을 죽이며 읽어나간다. 그런 그녀의 자살을 막아주는 그 남자.
그 남자는 누구인가?
여자가 그 남자에게 묻는다.
"그럼, 뭔데요?"
"내가 뭔지는 내 이름으로 알 수 있지. 공윤후. 어디에도 없는 것인 '공', 있지만 없는 날인 '윤',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시간인 '후'."
(25P)
그는 알 수 없는 단어들로 조합된 그의 이름을 설명해주지만 설명을 듣자니 더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활은 공윤후를 이렇게 말한다. '그는 영원과 부질없음을 의미하는 수많은 성과 이름을 스스로 만들어 쓰며, 자신을 발현시킨 물건이 소멸되지 않는 한 천년이고 만년이고 산다.'
[금이 변해]에서 등장하는 병구와 큰 병구의 이야기는 우리가 사는 곳에서 흔히 보여지는 인물들이다. 단짝친구였고 성장해서도 그 우정을 이어가는 두 남자의 이야기, 한 명은 결혼을 하고 한 명은 아직 자기 짝을 찾지 못해 고민에 빠진 병구의 이야기.
병구는 우연히 공윤후에 대해 알게 되고 그가 가진 초인적인 힘이 마술로 표현되어 좋아하는 여자와 짝을 이뤄주는 신통한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믿어 공윤후를 찾아 헤맨다.
얼토당토한 이야기같지만 이 책 속 파란자켓의 공윤후의 존재는 도깨비와 같은 것이며 그의 조부이자 아버지이자 현재의 공윤후라는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이다.
공윤후의 아버지인 공청옥의 마술로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된 이순옥의 인터뷰를 본 그는 그의 머리에 종이 울림을 느낀다.
"내가 그의 마술에 걸린 덕에 이 고단하고 외로운 세상을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거라면 믿으시겠어요?"

병구는 짝사랑하던 미술학원 원장 민혜와 이뤄지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병구의 삶은 항상 이러했다.
"삶은 그와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모른 척하고 있다가 삶에 쫓기어 그가 잠깐 정신을 차렸을 때 사실은 이거지롱,하며 그를 뜨악하게 만들곤 했다." (73P)
다시 활과 공윤후의 이야기가 나온다.
활은 나무이고 공윤후는 도깨비이다. '옛사람들이 말하기를 도깨비는 돕는 것이고 아는 것이고 무서운 것이다.'라고 했듯이 그 말이 공윤후를 가장 잘 설명한 것이라고 활은 말한다.
책 속엔 단편같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그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모두 공윤후와 연결된 사건 속에 휘말리며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공윤후는 판타지 영화속 주인공처럼 시공간을 넘나들며 마술을 부린다.
그러나 그 조각같던 이야기들은 결말로 치달으면서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마치 거대한 퍼즐조각을 하나 하나 맞추는 듯한 느낌이다. 100년을 살아온 도깨비가 여자들이 보면 한 눈에 반할 정도의 외모를 가졌다니 몇 년 전 보았던 드라마 '전우치전'이 생각난다.
생소한 소재의 소설을 읽으면서 내 머리속 기억되는 도깨비의 이미지는 없어져 버렸다.
설화나 전래동화 속 도깨비가 실체의 전부가 아님을 소설을 통해 상상의 나래로 펼쳐보았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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