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번역합니다 - 고독해서 즐거운 번역가의 일
이진 지음 / 수오서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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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가을과 함께 했던 책 [아직도 번역합니다] 는 30년차 번역가의 일상과 삶, 직업에 대한 소회를 담고 있는 에세이집이다. 어떤 일을 중단하지 않고 30년 이상 해온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지금 트렌드로서는 이렇게 하나의 일을 오랜 시간 해왔다는 게 그저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감상으로 표현되겠다. 투잡, 쓰리잡을 넘어 n잡러라는 말까지 나오는 21세기는 하나의 일보다는 여러 일을 해야 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의 구력으로 정진해온 사람들의 성실함과 근면성은 대단하다.


저자는 30년간 100여 권의 책을 번역한 베테랑 번역가인데, 영어를 전공하지 않았다는 점이 꽤 눈길을 끌었다. 전공자 우대가 심한 분야 역시 번역하는 분야인데 실력으로 성취한 결과라 생각하니 더 대단했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번역은 일도 아닌 일이 되었다. 영어로 된 긴 글을 복사해 붙여넣기를 한 후 클릭 한 번이면 몇 초만에 번역본이 탄생하는 시대에 번역가는 어떻게 생존해야할까? 물음에 대한 답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완벽하게 일치할 리 없는 두 언어의 간극이 번역 작업을 어렵게 한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 미세한 어긋남이야말로 AI의 시대에 인간 번역가가 존재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두 언어의 관계가 일대일로 줄을 쭉 그을 수 있을 정도로 명료했다면 번역은 일찌감치 AI가 접수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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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야말로 인간의 감수성과 판단이 들어가야 하는 분야이기에 AI의 정확한 표현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번역이라는 여행을 기꺼이 떠나왔던 저자의 이야기는 지금 나의 일상 속 일을 되돌아보게 한다. '나는 어떤가? 나라면 어땠을까?' 이런 식의 자기 점검의 질문들을 생각해보며 번역가의 일상으로 여행을 떠난다. 읽다 보면 번역이라는 일의 힘듦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번역이라는 일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대학시절 영어와 독일어 원서를 많이 읽었던 그 시절엔 번역 숙제가 버겁고 시간을 잡아먹는 요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기꺼이 그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점점 직업과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많이 변해가고 있다. 정답은 없다. 각자의 처한 상황과 여건 안에서 가장 나답고 나를 가슴 뛰게 만드는 그 무언가를 이루고 해내면 될 것이다. 그럼에도 각 분야에서 자신의 일을 진정으로 사랑해서 이뤄낸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감동이 있다.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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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번역을 하냐고 조심스럽게 묻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그들의 눈빛은 마치 침몰해가는 타이타닉호에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을 보듯 애처롭다.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아는 사람일수록 묻는 방식이 더욱 조심스럽다. 아직 번역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 그들의 얼굴에 비로소 안도감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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