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엄마 그리고 나
양정훈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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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엄마는 암환자가 되었고 나는 아픈 엄마를 보호하는 보호자가 되었다. 암투병으로 생과 사를 넘나들었던 그때가 아마도 봄날이었던 거 같다. 버스 창 너머 세상은 봄꽃으로 만발했었다. 입원한 엄마 곁에 있다가 집으로 가던 버스 안, 나는 엄마와 나, 우리를 제외한 이 세상의 찬란하도록 눈부신 아름다움에 황망했던 것 같다.

그날 나는 버스에 가방을 놓고 내렸다. 엄마의 빨래 거리를 담은 비닐가방은 손에 꼭 쥐었지만 내 가죽 가방은 버스 의자 위에 놓고 내린 것이다. 얼마나 삶이, 그 시간이 버거웠으면 그랬을까..한 번도 잃어버린 적 없는 것들을 그렇게 놓쳤다..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날마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엄마를 보는 것은 어렵고 힘들었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엄마 주위에 거대한 기계로 둘러싸인 환자들, 수 많은 링거병이 매달려 있던 그곳의 풍경은 현실감이 없었다. 엄마는 그 당시 나에게 자주 하던 말이 있었다

"딸아, 엄마가 죽더라도 슬퍼하지마!"

아직 엄마는 너무 젊은데, 아직 나는 엄마가 필요한데 엄마는 자꾸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를 다시 떠올리게 해준 책인
양정훈 작가의 [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를 읽으며 나는 작가와 작가의 어머니의 모습에서 나와 나의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엄마의 암 투병을 함께 한 아들과 엄마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수 많은 눈물 방울을 떨어 뜨리게 했다. 엄마의 어린 시절, 젊은 나날들의 이야기를 모으며 작가는 엄마라는 한 여자를 마주한다. 내가 몰랐던 엄마의 이야기를 수집하며 엄마에 대한 기록을 엄마의 마지막 날까지 단정하게 해낼 수 있었다. 가족의 이야기를 그것도 이별의 경험을 글로 만들어 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엄마는 책 속에 다시 존재하게 된다. 그래서 그리울 때마다 글자 속 엄마를 만날 수 있다. 고통 없는 그 곳에서 나를 보고 있을 엄마를!

사랑하는 사람의 투병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삶의 불행으로 힘겨운 하루가 이어지는 이가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나는 이 책을 건네고 싶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소중하며 가장 가치있는 대상에 대해, 그리고 사랑이 왜 사랑이어야 하는 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밑줄 그은 문장들_기억하고 싶은 글>

'화내지 않기. 슬프지 않기. 미안해하지 않기.'

'우리는 알 길도 없이 서로에게 자꾸만 죄인이 되었다'

'그 흔하디 흔한 기적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발에 채도록 넘치는 저 기적은 왜 우리를 모른 척 지났을까. 내가 무엇을 틀렸을까. 치료를 선택하며 약을 고르며 무엇을 잘못해서 엄마를 지키지 못했을까. 어디에든 찾아가 따져 묻고 싶었다. 조목조목 하나하나 캐묻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사랑이 사랑인 이유는 사랑이 아니고서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삶이 아름답고 눈부신 이유는 그리하지 아니하고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재활병원 모퉁이에서 아픈 아버지는 아픈 딸의 몸을 닦는다. 닦아도 닦아도 사랑이었다.'

'세상에 이런 천사 같은 게 어떻게 나한테 왔을까. 여러 계절이 지나도록 그 말이 나를 떠나지 않았다. 당신이 준 말 하나 참 오래 살아남아 몸살 난 밤마다 이마를 짚었다.'

'두 시절은 따로 살지 않았다. 어떤 시간은 불행이며 동시에 행복이었다. 온통 황폐하고 매 순간 눈부신 날들이었다'

'모두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늦게 발견한다. 가장 늦은 이름으로삶의 가장 깊은 곳을 배운다. 그게 슬프고 고맙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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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게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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