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상인가 - 평균에 대한 집착이 낳은 오류와 차별들
사라 채니 지음, 이혜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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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의 의미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우리는 성장기에 IQ를 측정한 후 평균 이하와 이상으로 분류해 평가를 받아왔다. 건강 검진을 하면 표준 키와 체중을 통해 나의 상태가 정상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었다. 늘 표준이 되는 수치가 존재해 그 평균값을 신뢰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상성의 수치는 보험회사가 만들어낸 도표 속 개인의 체중, 신장, 혈압을 통해 의료계도 통계적 기초를 삼게 되었단다. 그 시작이 이렇게 되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나 우리가 그동안 '정상'이라고 믿고 신봉했던 데이터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포착하기 어렵고 변화무쌍한 존재였는지를 책은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정상'은 다른 사람을 기준으로 삼았다. 정상이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지하게 의문을 품어 보았던 적이 없던 내게 이 책은 '그동안 네가 믿어왔던 정상이 정말 정상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정상성은 200년이란 시간 동안 통계학의 급속한 발전을 계기로 의학, 생리학, 심리학, 사회학, 범죄학 같은 유럽과 북미의 과학적 관행 속 광범위하게 뿌리 내리기 시작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저자 사라 채니는 평균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에게 '정상이란 관념 자체에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는 것을 멈춰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하고 있다. 


책에서는 정상에 대해 어떻게 정상성이 만들어졌는지, 몸에 대한 정상성, 마음에 대한 정상성, 성생활에 대한 정상성, 감정에 대한 정상성, 아이에 대한 정상성, 사회에 대한 정상성에 대해 자세히 분류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성생활에 대한 부분인데 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그 이야기들은 책에서 확인해보시길!)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기준이 되는 정상 체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정상 체중에 비슷하면 안도하고, 정상보다 나의 수치가 넘어가면 걱정하는 우리 모두이기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신장에 따른 건강 체중을 확인하는데 광범위하게 상용되는 BMI 지수는 1832년에 케틀레가 고안한 방정식에 기초한다. 케틀레 지수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킬로그램으로 환산한 몸무게를 미터로 환산한 키의 제곱으로 나눈 것이다. 즉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비만도를 측정하는 목적이 아닌 인간 발달을 위한 것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후 체질량지수로 대중화되면서 케틀레 방정식이 되었고 개별 인간을 판단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대규모 데이터 집단들을 비교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건강 상태를 완벽하게 판단하는 척도가 되어 주지 못한다. 체력 수준이나 상황을 측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표준 사이즈의 존재로 몸에 옷을 맞추는 것이 아닌 옷에 몸을 맞춰야 하는 시대를 살면서, 저자는 정상성의 개념을 무너뜨리라는 말을 건넨다.

'처음부터 정상이라 가정되는 그 무엇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신체에 결코 장애가 없는 중산층의 백인 남성. 이 이상적인 정상성 개념이 오늘날까지 서구 사회를 뒷받침해 왔다. 그러한 정상성 개념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정상성 개념을 무너뜨리는 첫걸음이다'(p103)


저자 사라 채니는 정상성의 정의에 포함되는 것만큼이나 그 정의로 인해 배제당하는 것 또한 많다는 것을 인식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정상성이란 것이 특정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그 의미가 구성되었는지 질문해야 한다'(p324) 책을 읽으며 정상 기준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아주 소수의 사람만이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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