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도감 - 목욕탕 지배인이 된 건축가가 그린 매일매일 가고 싶은 일본의 대중목욕탕 24곳
엔야 호나미 지음, 네티즌 나인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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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동네마다 목욕탕이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옛날사람 티나는 것이지만! 지금 젊은이들은 목욕탕 문화를 잘 모른 채 컸다. 목욕탕을 가지 않아도 집의 욕실이 그 기능을 대신 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디 목욕탕이 목욕만 하는 곳인가! 다양한 문화와 콘텐츠가 있는 목욕탕이기에 우리는 모이면 군대, 축구 이야기와 더불어 목욕탕 이야기도 하는 것일터!


코로나 기간이었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왔던 동네 목욕탕이 문을 닫았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생각나는 곳이었고 남편은 아들과 함께 애용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코로나는 수십년 목욕탕도 문을 닫게 했다. 그렇게 이제 동네에서는 목욕탕을 만날 수 없다. 그말은 목욕탕을 가고 싶다면 서울에 있는 곳을 수소문해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목욕문화를 떠올리면 유독 잘 발달된 나라 일본이 생각난다. 일본 여행에서 온천문화를 즐기기 위한 패키지가 유행인 것처럼 일본인들도 좁은 주거 공간 때문에 목욕탕을 자주 찾아야만 했고 그 덕분에 목욕탕도 발달되었다. 일본의 멋진 목욕탕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신기방기한 책이 나왔다. 목욕탕의 디테일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날 수 있다니 너무나 신박하지 않은가!


건축가였던 엔야 호나미는 피곤에 찌든 일상에서 쉼을 얻고자 목욕탕을 찾는 이였다. 우리 모두처럼! 그런 그녀가 건축가가 아닌 목욕탕 지배인이 되었고 매일 가고 싶은 일본의 대중 목욕탕 24곳을 그림과 글로 소개한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책이라기 보다는 가이드북에 더 가깝다. 사실 나는 이 책에 수록된 곳을 한 군데도 가보지 못했는데 놀라운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며 이곳을 가고 싶어 일본여행을 떠나고 싶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멋진 목욕탕이 있다니! 상상 초월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울고 갈 디테일한 그림 실력 역시 이 책의 매력 포인트다. 목욕탕을 그리려면 당연히 나체를 그릴 수밖에 없는데 이건 뭐 하나도 야하지 않고 정감 가득이다. 건축가 출신답게 어찌나 입체적으로 그렸는지 안 가봤는데 가본 것 같은 느낌은 덤으로 주어진다. 세련된 도시인 도쿄에는 목욕탕의 성지인 다이코쿠유가 있다. 멋진 외관도 그렇지만 연못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시원한 우유 한 모금 마시고 싶다. 피아노곡이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사우나, 노래방 기기가 있는 연회장, 첨벙 소리가 나는 항아리탕, 부드러운 아기 피부 같은 연수로 된 물, 로코코 양식이 떠오르는 탈의실 등 기상천외하고 상상초월의 목욕탕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에 눈길을 마주했다. 작은 그림 속 디테일한 하나 하나 빼놓치 않고 보려면 상당한 집중력도 요구된다. 때를 미는 곳인줄 알았던 목욕탕이 실은 사람을 살리는 곳이었다. 번아웃으로 찾았던 목욕탕에서 새로운 삶을 발견한 엔야 호나미처럼 나도 초심자 코스를 넘어 상급자 코스를 지나 마스터 코스애서 삶의 온기와 행복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책 표지를 벗겨내 활짝 펼치면 고스기유 목욕탕의 포스터가 나온다. 꼭 가볼 리스트에 올려 놓았다. 어린 시절 나는 목욕을 끝내고 바나나우유를 마시며 작은 행복을 느꼈다. 이젠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며 어른이 된 나를 느껴봐야겠다!


<수오서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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