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손맛만큼 우리의 추억 속 음식들의 주인은 할머니였다. 할머니만의 레시피로 만든 옹골찬 매력 가득한 시골밥상은 유년시절을 배부르게 했다. 어느새 돌아가신 세월의 곱하기만큼 기억도 저편으로 도망가 버리고 나니 할머니 맛을 느낄 수 있는 식당을 찾아 다니는 내가 되었다.할머니의 그리운 손맛을 추억하게 해주는 책 [할머니와 나의 사계절 요리학교]는 할머니가 만들고 손녀가 완성한 소박한 듯 화려한 멋진 채식 한상을 차릴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어머니와 딸도 아닌, 할머니와 손녀라니! 경상남도 진주에서 보내오는 그림같은 음식에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분주해진다. 사진만 봐도 맛이 느껴질 정도의 보증수표 같은 할머니 손맛과 젊은 감각, 센스 장착한 손녀의 플레이팅은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낸다. 책 속 90여 가지 채식요리 중 단연 으뜸은 시골길에서 마주하는 꽃들로 만든 요리다. 이 책의 묘미는 설렁설렁한 레시피와 할머니와 손녀의 무궁무진한 에피소드들이다. 생전 처음 보는 요리와 사랑 가득한 이야기들 역시 이 책의 매력 포인트!'잠시라도 쉬면 뒤처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과, 수많은 비교와 숫자에서 멀어져 서서히 익어가는 중입니다' 손녀 예하는 현실이 주는 무게감을 벗어 던지고 '여전히 무른 구석도 많고, 내일은 또 뭘 해 먹어야할지 고민투성이지만' 그럼에도 간장양념에 졸인 유부에 말은 나물과 호박전꽃의 예쁜 맛에 빠져들게 된다.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채식 밥상 덕분에 제철음식 정보를 많이 알게 되었다. 자연 속에서 찍은 음식사진은 조명과 화려한 식기류 가득한 스튜디오 사진보다 더 아름다웠다. 음식에서 인생을 배우고 인생 속 음식을 즐기니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 올 여름이 가기 전에 감자전에 호박꽃을 펼쳐 보련다. 호박꽃 주먹밥, 호박꽃 갈레트도 꼭 만들어봐야지! 정겹고 구수한 음식들이 그립다면 [할머니와 나의 사계절 요리학교] 수강생이 되어 보자.<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