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 감사해
김혜자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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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척스러운 이미지보다는 온화하고 부드러우면서 희생의 아이콘으로 가족을 위해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우리의 어머니 역할을 한 배우를 떠올린다면 김혜자 배우일 것이다. 국민드라마였던 [전원일기] 속 조곤조곤 존재감을 드러내며 자신의 배역을 멋지게 소화했던 그녀를 내가 다시 보게 된 작품은 [마더]였다. 28살 어수룩한 아들이 세상의 전부였던 영화 [마더] 속 엄마는 아들을 위해 못 할 것 없는 존재가 되어 광기어린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살 떨리도록 빙의된 엄마의 모습은 김혜자가 엄마인듯, 엄마가 김혜자인듯 관객을 홀리게 했고 나는 이 영화를 보고 김혜자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 온화한 어머니 역할 뒤 숨겨져 있었던 그녀의 천 개의 얼굴을 마주한 듯 하다고나 할까! [눈이 부시게], [디어 마이 프렌즈], [우리들의 블루스] 등 여러 작품 속에서도 열연한 그녀의 연기는 잊을 수 없을만큼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책을 출간했다. 누군가와 만나 커피를 사이에 두고 살아온 인생을 진중하게, 때론 유쾌하게, 또는 회상하듯 이야기를 건내는 듯한 문체를 읽다 보면 어느새 내 앞에 그녀가 앉아 있는 듯 했다. 아름답게 늙어가는 여배우의 멋진 사진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녀의 영화나 드라마의 뒷 이야기를 읽으며 어느새 혜자롭게 변해가는 나를 본다. 60여 년 연기 인생, 못다한 이야기, 아직 다 보이지 않았던 모습들이 진솔하게 담아져 있는 이 책은 읽는 이들에게 책의 제목처럼 '생에 감사해', 감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묵직하게 느끼게 해준다.

'신은 절대로 내가 경험한 삶이 그냥 없어지게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인생 속 경험은 버릴 게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래도 어려움과 실패는 마다하고 싶다 여겼는데 김혜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아주 우울한 생각을 했든, 너무 슬픈 생각을 했든, 치졸하고 부끄러운 생각을 했든, 그 모든 것이 내가 역을 맡을 때 조금씩 도움을 주었습니다. 내가 겪은 모든 일과 감정들이 연기에 다 투영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단정하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는데 김혜자는 책 속 그녀의 단정함을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나는 끝나는 날까지 단정하게 살고 싶습니다. 내 책상 위에 있는 달력에도 써 놓았습니다. ‘끝나는 날까지 단정하게 살리라.’라고. 피곤하고 귀찮아서 흐트러져 있고 쓰러져 있다가도 ‘아니야, 누가 보지 않아도 나 자신에게도 단정하게 사는 나의 모습을 보여 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 하면서 힘을 내어 일어납니다. 나 자신도 그렇게 느끼고 싶습니다' 나도 그녀의 단정함에 동의한다. 나의 삶, 언제나 단정하게 살자고!

이 세상에 태어나 연기밖에 몰랐던 그녀는 사랑을 받는 대상이었지만 누구보다 남을 사랑했고 생을 사랑했다. 새해가 시작되는 1월, 그녀의 책을 읽으며 나는 다짐한다. 내게 주어진 "생에 감사해"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위하며 내 주변에 사랑을 부어주는 그런 생을 살자고! 아름다운 우리의 엄마, 김혜자의 다정하게 건네는 이야기를 여러분께 권하고 싶다.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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