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베리 이야기 -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119
제프리 초서 지음, 최예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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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 번역본으로 만난 [캔터베리 이야기 상]은 30여 명의 다양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어 특별한 느낌이 든다. 등장인물 치고는 꽤 많은 이 소설이 생동감 넘치는 이유는 아마도 당시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의 모습 내지는 대표적인 특징을 직업군별로 묘사하고 있어서이지 않을까? 처음 읽을 때는 인물도를 그려가며 메모하면서 읽어야 헷갈리지 않는다. 

런던의 한 여관이 배경이 되어 순례자라는 같은 목적을 가진 이들이 모이게 된다. 가장 재밌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 내기를 걸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가장 교훈적이면서도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신 분께는 캔터베리 순례를 마치고 돌아올 때, 여기 이 장소 기둥 옆에 앉아 나머지 사람들이 돈을 내어 그분께 저녁을 대접하는 것입니다' 이런 내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지라 더 흥미로웠다. 숙소 주인은 꽤 엄격한 사회자같이 게임을 리드해 나갔다. 그렇게 독자는 기사 이야기, 법정 변호사 이야기 요리사 이야기, 방앗간 주인 이야기, 장원 감독관 이야기, 수사 이야기, 법정 소환인 이야기, 대학생 이야기, 상인 이야기 등을 듣게 된다. 

소설임에도 다분하게 운문적인 문체가 느껴져 오히려 더 술술 익힐 수 있으며 또 누군가에겐 그래서 더 낯선 소설로 여겨질 수 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하는 이야기는 생각만큼 재미 있지는 않지만 24가지의 이야기는 당시 시대상 속 계층 간 갈등과 타락, 통속적이면서도 저속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상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당시 결혼관에 대해 엿볼 수 있었다. 연애란 '애들 장난 같은 것'이란 표현이 나오는 데 지금과 같이 그 당시도 연애란 애들 장난으로 치부되었구나를 알게 된다. 아내를 묘사하는 부분은 가부장적인 태도가 강하게 나타난다. 특히 상인의 이야기 속 주인공인 재뉴어리라는 기사는 나이가 지긋한 노인임에도 자신의 아내는 20살이 넘어서는 절대 안된다는 고집을 부린다. 나이 든 여자와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에서 썩소가 나왔다. 



<을유문화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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