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마음껏 아프다 가 - 울음이 그치고 상처가 아무는 곳, 보건실 이야기
김하준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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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김하준 선생님이 전해주는 보건실 아이들 이야기가 담겨 있는 [여기서 마음껏 아프다 가] 책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함을 느꼈다. 보건실을 드나들었던 수많은 아이들의 사연이 저마다 다르고 그 안에서 울고 웃는 아이들의 삶에 공감하니 먹먹함은 눈물이 되어 흐르기도 했다.

아이 둘을 키우며 보건실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수업 시간에 다쳤거나, 갑자기 열이 나거나 배가 아플 때였던 것 같다. 보건실은 학교 속 도피처가 되기도 하고 안식을 얻는 곳이기도 하며 잠시나마 통증을 완화해주는 곳이기도 할 것이다.

아이들의 울음이 그치고 상처가 아무는 곳이 되어 주는 보건실에는 부모에게도, 친구에게도, 담임 선생님에게도 말 못할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와서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었다. 때론 꾀병으로 온 아이들도 있지만 대다수 아이들은 어딘가가 아퍼서 그 아픔을 인정받고 싶어 보건실을 찾는다. 잠시 견디기 힘든 일상에서 탈출하듯 보건실에 머무르기도 한다.

아이들의 아픔의 종류도 다양했다.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몸이 아프기도 한 각각의 사연들 속에서 상처가 회복되고 아픔이 치유되는 일들도 있었지만, 안타까운 결말로 끝을 맺는 아이들의 인생도 보게 된다. 아픈 곳을 쓰는 난에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눈물이 났어요'라고 적은 아이가 있었다. 보건선생님은 이날 이후 일지에 '아픈 곳 또는 하고 싶은 말'이라고 양식을 수정했다. 아이의 마음을 느낀 선생님의 배려에 코 끝이 찡해졌다.

'보건실은 간단한 외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아이 하나를 발견해내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어떤 위험한 징조를 감지하기 위한 센서가 되기도 하고, 가정과 교실에서 소외된 아이를 마지막으로 걸러낼 수 있는 체의 역할이 되기도 한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문이 잠겨 죽지 못해 보건실을 찾은 아이, 부모로부터 방치된채 살아가는 아이, 당뇨로 인해 늘 신경써야 하는 아이, 원하지 않은 병으로 고생하는 아이, 음란물에 노출되어 잘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 등 책 속에는 여러 아이들의 모습이 보여진다.

성교육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읽으며 많은 학부모들이 이런 현실적 상황을 잘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안 작은 안식처가 되어 주는 보건실 이야기를 통해 아이를 더 이해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양육하고 함께 길러야 할 지 고민하게 된다.

아이들은 갈 데가 없어서 보건실에 가기도 한다. 학교에 보건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점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고통을 겪었을 때 학교에서는 보건 선생님이 가장 고생을 많이 했다. 아마 보건실이 생긴 이래 이렇게 힘들게 일했던 적이 없었을 정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고생한 선생님들께 머리숙여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각 학교마다 따뜻하고 환한 보건실이 있어서 우리 아이들이 잠시나마 그곳에서 반찬고를 붙인 듯, 빨간약을 바른 듯 상처가 아무는 데 도움을 받길 바라는 마음이다. 학교 속 또 다른 공간인 보건실에서 마주한 아이들의 이야기에 울고 웃었던 독서시간이었다.






<수오서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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