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늙어버린 여름 - 늙음에 대한 시적이고 우아한,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성찰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지음, 양영란 옮김 / 김영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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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은 상대적이다. 나보다 한 살 어린 사람에겐 나는 늙었고 나보다 나이 많은 이들에겐 나는 젊다. 그래서 늙음에 대한 사유를 공유하고 공감대를 얻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이 많은 사람 앞에서 나이를 운운하면 면박을 당하기 일쑤고, 나이가 어린 이들 앞에서 나이 이야기를 꺼내면 고리타분하고 꼰대로 여기기 십상이다. 그러나 늙음은 사적인 사유의 영역이기에 그렇게 일관성의 잣대로 구분지을 수 없다.

이 책 [내가 늙어버린 여름]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늙음에 대해 그 어떤 글보다 시적으로 우아하게 서사하고 있다. 그동안 늙음에 대해 사유했던 포인트들이 이 책에서 많이 겹치는 것을 발견하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언가 공감하기 어려운 주제를 꺼내 놓았을 때 누군가가 '나는 너에게 100% 공감해'라는 말을 건네는 것만 같았다. 늙음에 대한 명료한 접근으로 인해 서서히 늙어가는 몸과 마음의 변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 어떤 존재보다 늙음은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였다. 저자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은 다른 작가와는 달리 늙음을 재앙으로 여기며 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위치가 달라지고 존재감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분노와 서운한 감정으로 느낀다. 이 어찌 공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 자신이 근래 느꼈던 그 감정을 누구보다 명쾌하게 나도 그렇다고 말해주니 말이다. 그러나 늙음에 대한 한탄만 있다면 이 책은 매력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우아하게 시적이게 이 변화를 다스리고 정의하고 성찰한다. 그러한 모습 속에서 독자는 성찰과 영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냐고? 나이를 먹었을 뿐이다' 이 문장이 압도하는 이미지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가지고 갔다. 늙음에 대한 자세는 개별적인 사유라 모두가 공감하는 한 단어로 정의하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늙음에서 꼭 가져가야 할 키워드 두 개를 건져 올렸다. 바로 우아와 시적인 것! 그것만 잃지 않는다면 늙음이 현명한 나이듦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걸 내가 보여주고 싶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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