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 아버지의 죽음이 남긴 것들
사과집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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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죽음보다 준비되지 않은 죽음이 많은 우리의 삶 속에서 죽음만큼 견디기 힘들고 적응하기 쉽지 않은 것이 없다. 누구나 태어나서 죽음을 맞이하는 법인데 왜 이토록 죽음은 인간을 끝없는 슬픔과 좌절 속에 빠지게 만드는 걸까? 어른이 되어가면서 죽음은 삶 속에 실제하며 타인의 죽음 속에서 나의 죽음을 생각해보는 기회를 주곤 한다.

몇 해 전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삼촌을 떠올릴 때면 쉽지 않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하게 된다. 아직도 삼촌의 부재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삼촌은 이 세상에 없지만 삼촌의 페이스북은 살아서 매년 생일마다 친구들에게 알림을 건넨다. 이미 세상에 없는 그의 생일을 기억하는 건 다름 아닌 페이스북이었다.

죽음은 이렇게 아이러니의 합집합이다. '죽음에 대해서, 장례문화에 대해서, 남은 인생, 노년의 삶의 계획을 그리게 해준 것은 아빠의 죽음이었다'고 말하는 이 책 [딸은 애도하지 않는다]는 저자 사과집이 직접 경험한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삶의 역설에서 시작되었다. 저자는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삶을 재구성하였다.

'아빠의 장례를 치르며, 미리 내 죽음의 가치관을 세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빠의 장례식을 바꾸진 못했으나 나의 장례식은 바꿀 수 있다. 상주는 고인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절차는 고인이 가장 잘 애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내겐 죽음의 청사진이 필요하다'

준비할 수 있는 죽음이 아닌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애도가 중심이 된 간소화된 장례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맏딸로서 부조리한 장례문화를 몸소 경험하고 체험했던 저자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장례문화의 말도 안되는 상황을 마주치며 아버지의 죽음에 몰입할 수 없었고 슬퍼할 수 없었다.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을 공감했고, 깨달으며 나 역시 나의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어서 작성해야 하겠고, 남은 노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아빠의 끝이 아닌 나의 시작에 관한 책이라고 말하는 저자 사과집의 [딸은 애도하지 않는다]는 가까운 가족의 죽음 앞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게 해주는 기회를 주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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