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성년의 나날들,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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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자전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를 읽었을 때는 대학생이었던 때다. 먹먹한 감정에 여든이 넘은 친할머니께 6.25 전쟁에 대해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그 힘든 시간을 핏덩이 자식을 데리고 어떻게 살 수 있었는지' 그 고단함과 노고가 느껴져 할머니의 두 손을 꼭 잡아 드렸던 순간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물었다. 정말 그런 일들이 있었냐고...소설이 아니었다면, 기록이 없었다면 전후 세대에게 6.25전쟁은 그저 역사 속 몇 페이지의 분량에 해당되는 동족상잔의 비극이란 짧은 문구로 정리하고 넘어가는 두 번의 비극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자전적 소설이 가지는 힘은 크다. 읽으면서 더 몰입하게 되고 더 상상하게 되며 더 경험치를 극대화시키게 된다. 두번째 연작소설인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는 20살의 작가 박완서의 삶으로 시작하여 결혼할 때까지의 3년이라는 길지 않지만 참 길게 느껴지는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50년에 전쟁이 시작되고 51년의 모습부터 등장하니 이 소설의 배경에 대해 우리의 상상력은 한계에 다다른다. 작가는 그런 우리를 위해 처연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 소설의 세계를 만들어 보여준다. 탄식과 외마디 비명, 찔끔거리는 눈물까지 소설은 참 많은 모습으로 인해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게 만든다.

박완서 작가가 가장 아꼈던 작품이 이 작품이라는 것은 이 책을 읽다 보면 왜 그런지 알게 된다. 전쟁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하게 인간을 뒤틀어 놓고 처참하게 무너뜨리며 파괴시킨다는 것을 소설은 마치 다큐로 증언하듯 보여주고 있다. 가족과 한 여성의 개인사였지만 나는 소설 속에서 그 시기의 피폐한 세월 속 개인의 눈물나는 생존기와 인간이기를 끝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마모되고 싶지 않았다. 자유롭게 기를 펴고 싶었고, 성장도 하고 싶었다.' 란 책 속 문장이 우리 곁에 박완서란 대작가가 존재할 수 있게 해준 밑거름이 된 것이라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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