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풍경
마틴 게이퍼드 지음, 김유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 중에서 예술 기행만큼 부러운 게 없다. 멋진 관광지와 대자연도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포인트지만 예술적 감성을 채워주는 시간을 가지는 것에 대한 니즈는 늘 컸다. 미술에 몸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또 다른 창조물에서 전혀 생각못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에 그 에너지에 대한 매력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러한 이유로 자유여행을 즐기고 여행코스엔 늘 미술관과 박물관이 주를 이룬다. 가고 싶은 미술관에 가서 보고 싶었던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은 이미 달성된 것과 다름없었다.

미술평론가라면 이런 류의 여행을 얼마나 즐기고 누릴 수 있을까 궁금하던 차에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의 예술 기행을 만나게 되었다. 작가이자 평론가인 마틴 게이퍼드와 함께 특별한 예술 기행을 떠나는 순간, 미술을 향한 여정은 고단한 일상 속 폭신한 카스테라를 한 입 베어먹는 기분과 같았다.

개인적인 취향과 사유로 여겨지는 미술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확정성을 띄고 나아가니 혼자만의 사색이었다면 느낄 수 없었던 미술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와주는 독서의 시간이 되었다. 그가 소개한 여러 화가들의 작품을 만나기 위해 떠났던 여정에서 겪은 이야기들, 그림과 조각을 마주하기 위해 쏟아야 했던 수많은 시간들과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고 예술이 주는 힘은 실로 대단했다.

몇년 전 박물관과 갤러리 투어를 컨셉으로 떠난 동유럽 여행에서 느꼈던 가슴 떨리고 벅찼던 작품 앞 내 심장이 이 책을 읽으며 동일하게 꿈틀거려 비록 비행기에 몸을 싣진 못해도 페이지의 여백마다 느꼈던 충만함을 끄적거려 보았다. '예술이란 배움을 이어 나가는 일'에 충실하게 친구가 되어 동행해준 [예술과 풍경]이었다.

거져 주어지는 것은 없었다. 작품 하나를 만나기 위해 수백 키로를 달리고 갖은 장애물을 물리친 스토리들은 살아 생생하게 다가왔다. 숱한 고생 끝 마침내 작품 앞에 섰을 때 여기까지 온 발걸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예술은 온 몸으로 내뿜고 있었다.

내가 아는 예술작품이 나오면 반가웠고, 모르는 작품과 작가가 등장하면 구글링하며 그 작품을 꼭 확인하며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덕분에 읽는 속도는 느렸지만 마치 갤러리 투어를 하듯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알아가는 유익함에 마음은 이미 들떠 있었다. 책의 첫 페이지 사진 속 선글라스와 중절모를 쓴 마틴 게이퍼트의 멋진 모습에서 이 여행이 이미 성공적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여행의 동반자 취향이 내 취향이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이 존재하는지 책 속에서 확인해보며 그들의 흔적을 찾아 떠난 여정에서 열정과 능력을 한꺼번에 껴안아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직업의 특성을 십분 발휘해 어려운 인터뷰를 가능하게 했고, 세상의 구석에 있는 작품들을 찾아 떠날 수 있었다.

'많이 볼수록 더 보고 싶어진다'는 책 속 글귀에 밑줄 그으며 보는 것이 주는 힘, 보고 기록하는 것이 주는 가치를 다시한번 새삼 느껴본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 보고 싶은 작품을 찾아 떠나기 위한 결심, 다음 여행에서 가야 할 곳들의 필연성 등에 대해 정리해볼 수 있었던 이 독서에서 나는 새삼 그의 직업이 부러웠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저자는 미술을 직접 경험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애써 시간을 들여 미술이 존재하는 곳에 가서 미술과 같은 시공간에 함께 있어 보는 일이 바로 미술적 행위의 완성이라는 것이다' 미술적 행위의 완성이라는 말은 이 책을 다 읽고서도 내내 내 마음에서 일렁거렸다. 더 부지런할 충분한 이유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