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풍경들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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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옛스러움을 풍기는 것들이 사라져간다. 그것은 자연이기도 하고 공간이기도 하며 물건일 수도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본 적도 없는 것들이 사라져 버리니 이젠 민속이나 역사를 다루는 책에서나 만날 수 있을 존재들에 대한 아쉬움과 상실감이 주는 망망함이 차 오른다. 사라져 가는 것들을 붙잡아 기록한 책 [사라져 가는 풍경]은 나조차도 접해보지 못한 이전 세대의 삶이 투영된 것들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예전에 무형문화재 전수자들과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사라져 가는 것들의 소중함이 느껴져 먹먹했던 감정이 이 책을 읽으며 똑같이 오버랩되었다. 초가, 샛집, 돌너와집, 화로, 아궁이, 등잔. 키, 초막, 성주, 섶다리 등 사진과 함께 소개되는 이야기들은 마치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처럼 정감이 가득했다.

 

오래된 구시가지의 골목길만 가도 서울에서만 산 나는 시골과 같은 푸근함이 느껴지건만 시골은 얼마나 더 그런 감정들이 차 오를까! 여행 중 읍내에서 만난 떡방앗간, 이발소, 양품점 등은 그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소박한 마음에 뾰족했던 감정들이 뭉개지는 듯 했다. [사라져 가는 픙경]에는 그런 종류의 정취가 빼곡하게 담겨 있다. 저자는 '이 세계는 무수한 사라짐 속에서 구축된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서울의 마지막 논농사 지역이었던 강서구 김포평야 지역도 이젠 마곡이라는 신도시로 논의 흔적은 찾을래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마천루 일색인 곳으로 변했다. 김포공항을 가기 위해 꼭 거쳐야 했던 논과 밭은 도심의 빌딩숲이 되어버렸다.

사랑방에 모여 짚신을 삼고 눈이 많이 온 날엔 설피를 신었던 이들, 좋은 날엔 떡메와 떡판으로 찰진 맛의 인절미를 만들어 낸 이들의 구수한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지금 이순간 우리 곁을 떠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사라진다는 것은 슬프단 감정으로 다 담기엔 모자란 무언가 뭉클함이 있다. 아쉽고 그립기도 하지만 또 편리함이란 속성으로 우리의 눈과 마음을 가리우기도 한다. 누군가에겐 비문명적 존재들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기억의 창고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것들과 마주할 수 있었던 독서의 시간도 이 글의 기록을 끝으로 이젠 사라지는 풍경이 되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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