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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소리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11
하수정 지음 / 웅진주니어 / 2018년 6월
평점 :
정인이의 안타까운 죽음 이야기는 지금도 그 사실과 마주할 때마다 심장이 아픔을 느끼게 된다. 믿을 수 없고 믿기 싫을 정도로 잔인하고 추악한 인간의 범죄 앞에서 좌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제2의 정인이, 제3의 정인이의 뉴스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오니 절망은 더욱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아동 학대에 대한 소재를 다룬 동화책이 있다. [울음소리]는 예쁘고 정성스런 그림이 담겨 있으며 제본 형태도 특이하다. 기존의 책이 가지는 형태가 아닌 박스 안에 접혀진 커다란 그림을 꺼내 펼치도록 되어 있다. 그림이 접혀져 있기에 차례대로 읽고 나서 넓게 펼치면 뒷 면에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된다.
제목이 알려주는 것처럼 아파트에서 어느날부터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누구의 울음소리일까 모두들 궁금해하지만 또 적극적으로 알아보진 않는다. 남의 일이고 섣불리 개입하기 곤란스럽기 때문이다. 옆집에서 싸움소리가 나도, 아이가 심하게 울어도 말이다. 그러나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지금과는 달라져야함을 깨닫는다. 남의 집 이야기로 말아 버리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의 도움을 갈구하는 아이의 울음소리는 흑백 그림 속 선명한 컬러로 표현되고 있어 보이지 않는 소리를 시각화하며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가정 내에서 음성화된 폭력은 더이상 그 가족의 사적 문제가 아님을 우리 사회가 직시하고, ‘우리 아이들의 일’이라는 것임을 [울음소리]는 슬프도록 아름답게 전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