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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년 중 가장 빵과 잘 어울리는 계절이 다가온다. 12월이면 크리스마스와 연말로 케이크를 준비하는 가정들이 많다. 생일날 촛불을 끄며 축하해주던 케이크의 쓸모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고 연말을 보내는 시간까지 이어진 것이다. 소설가 백수린의 첫번째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빵과 책을 굽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경향신문에 '책 굽는 오븐'으로 실렸던 이야기들이 모아져 한 권의 책이 되었고, 문학과 빵이라는 두가지 공통분모를 가지고 이 책의 이야기는 출발한다. 아마 소설이나 산문, 시를 읽다가 무심코 지나쳤던 케이크와 펌킨파이와 초콜릿을 마주하며 다시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니 전혀 다른 맛이 느껴질 정도다.
빵집 주인이 되고 싶었던 소설가는 누구보다 빵에 대해 이렇게 멋진 글들을 쓸 수 있었다. 빵집 주인이 안되고 소설가가 되었지만 그 덕에 독자들은 생생하게 빵맛을 문학속에서 느껴볼 수 있으니 이 또한 좋다. 어찌보면 별 것 아닌 배경처럼 그냥 넘겼을 문학 속 소품인 빵이 이런 의미와 맛과 의도를 가졌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니 흥미롭고 진지해지게 된다.
책을 읽으며 인상깊었던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소설가 백수린은 소설 쓰는 일을 빵을 빚는 일과 닮았다고 표현했다는 점이다. 허공에 작은 빵집을 짓는 그의 일이 독자에겐 소설로 전해지니 어쩌면 독자들은 책이라는 빵집을 선물로 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1년 중 이맘때 가장 많이 먹는 빵인 슈톨렌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먹는 슈톨렌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끄는 빵이다. 슈톨렌과 더불어 소개한 소설 [지상의 주민들]은 약자가 약자를 거두고 돌보는 기적과도 같은 연대를 다룬 소설이란 소개에 다음에 읽을 책 목록에 추가했다.
'상상이란 뭘까. 지루한 일상의 날개. 동그란 무릎 위로 떨어져 내리는 아카시아 꽃잎. 긴 장마 끝에 발견하는, 하늘 저편의 반짝이는 무지개'라고 표현한 소설가 백수린이 전하는 문학과 빵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맛을 상상하고 그 이야기를 곱씹는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가능한 달콤한 디저트와 커피를 곁들였다. 이 책의 분위기와 나의 현재를 조율하며 함께 무드를 맞춰보았다고 할까!
산뜻한 커버와 책 속 아름다운 삽화도 이 책을 그저 책이 아닌 무언가 더 기대하고 더 상상하게 만들어준 요인이었다. 그림 속 빵을 보며 그 맛을 상상하고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어지러움만 남기고 입속에서 녹아 사라지는 지독한 달콤함처럼, 어떤 아름다움은 고통만을 남기는데도 포기될 수 없다'고 표현한 작가의 마음에 공감하게 된다.
책을 읽다보니 문학과 빵집으로 여행을 떠나온 듯 하다. 계절은 바뀌고 괄호 안에 넣어두었던 것들과 대면해야 하는 시간이 덜 외롭게 다가온다. 이젠 책 속 스쳐 지나가던 빵을 만나게 되면 꼭 밑줄을 그어야겠다. 한번 더 음미하고 맛보고 나서 페이지를 넘기겠다 생각해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