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화되었다
제페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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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시인 제페토를 남들보다 뒤늦게 알았던 건 다음 포털을 이용하지 않아서였습니다. 인터넷 뉴스 하단 댓글창은 이 세상에 적대감을 가진 언어의 검과 창이 수없이 공격하는 공간이었는데, 그곳에서 시를 쓰고 그 시를 읽을 수 있게 해준 장본인이 바로 댓글시인 제페토지요.


2010년부터 5년간 쓴 댓글 시집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아쉽게도 읽어보진 못했지만 명성은 자자했던지라 잘 알고 있었는데, 그 이후의 시간들 속 댓글 시들이 모여 <우리는 미화되었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첫번째 책에 이어 꼭 4년 만이었고, 댓글 시를 쓴지 10년이 된 시점이었지요. 시인에겐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의미있을 겁니다. 인터넷 기사 아래 달린 댓글은 잘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보고 나면 기분이 더 안 좋아지고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의 흥분과 당황스러움이 느껴지기 때문이지요. 댓글의 악영향으로 이젠 댓글창이 닫혀진 기사들이 많기에 다행으로 여겼건만, 댓글 시인 제페토를 떠올리니 또 아쉬운 마음도 드네요.


이 책 <우리는 미화되었다>는 2015년부터 2020년 사이에 보도된 기사와 그 기사 밑에 쓴 댓글 시가 같이 수록되어 있어, 시인이 바라보는 시각과 그 시각 너머 시를 감상하며 기사 속 이야기에 좀 더 온전히 몰입해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 수록된 이산가족에 대한 기사에 댓글 시였던 <아득한 작별> 속 시의 한 구절이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이제부터는 남북으로 낸 창에 기대어 각자 울어야 한다. 가슴 속 허기를 달래기 위해 눈물을 삼켜야 한다'

가슴 아픈 우리네 비극적 모습은 기사로 또 댓글 시로 독자에게 삶을 반추하게 해줍니다.


기사을 읽고 댓글 시를 읽다 보면 가끔씩 어떻게 이 기사를 읽고 이렇게 고운 시가 나올까 감탄하기도 하고 이런 댓글들이 많다면 일부러 댓글만 읽고 싶다는 생각도 스쳐 지나갔습니다. 의례 전해지는 계절에 대한 식상한 기사도 그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감이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는 진부한 기사에 제페토 시인은 '익는 것은 모두 그리워서다'란 사무치는 시를 남겼습니다.


서문에서 '소풍 전날 밤 같은 시간이 우리를 견디게 한다'고 쓴 그의 글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우리는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하루 하루를 견디듯 살아가고 있지요. 시인은 그런 우리에게 이세상 존재하는 가장 부드러운 존재인 시로 위로를 건넵니다. 그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기사 덕분에 내 마음 역시 흔들리는 시간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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