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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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들락거리는 인터넷 서점에서 마이클 샌델의 신작 [공정하다는 착각]의 예약 판매 소식을 보고 흥분했던 지난 몇 주 전의 일이 떠오릅니다.[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은 이후 언제쯤 신작이 나올까 궁금했었거든요. 그렇게 독자들의 10년이라는 시간의 기다림 끝에, 그의 신작 [공정하다는 착각]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능력주의에서 주장하는 공정에 대한 화두를 거세게 제시하며 그동안 묵과했던 여러 불편한 진실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과 분석으로 접근합니다.


'하나의 공정이 또 다른 불공정을 부르는 상황' 속에서 살면서 누구를 위한 공정인가, 진정 공정하기는 한 것인가? 의문을 제기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접하며 기울어진 사회구조에 대한 회의감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불공정한 사회구조는 꽤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고, 그 누구도 쉽게 메스를 꺼내 수술할 수 없을만큼 능력주의의 폭정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마다 불거져 나오는 대학입학 부정 비리 사건 사고는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에서도 미국의 부정입시 사건을 서론에 넣을만큼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요. 사실 대학입시라는 화두 하나 만으로도 우리는 몇날 며칠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문제가 많지요.


'민주주의의 위기의 시대'라고 진단하는 마이클 샌델의 의견에 누가 반박할 수 있을까요? 지난 해와 올 해 연이어 불거져 나오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을 마주하다 보면 확고해지는 불평등, 능력주의의 부작용, 귀족주의 사회, 소득과 재산의 대물림을 불편하게 실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책 속 마이클 샌델이 제시하는 판단과 해결책에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그가 말하는 것이 모두 해답이 되진 않지만 적어도 그는 우리가 간과하거나 포기하고 수긍해버린 영역들을 건드려 다시한 번 생각하고 고민하게 해준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가 제시한 여러 해결책들을 통해 또 다른 방법이나 대안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게 해준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샌델은 지난 40년 동안 우리의 사회적 결속력과 존중의 힘이 얼마나 약해졌는지를 제대로 깨달으며 함께 공동선 common good의 정치를 찾아 나서기 위해 생각을 모으자고 제안합니다. 무너진 공동선의 회복, 진정 가능할까요?


'아메리칸 드림'으로 누구에게나 공평한 세상을 꿈꾸게 했던 미국은 가장 능력주의의 부조리함과 인종차별 등 말할 수 없을 만큼 엘리트주의 사회를 추구해오고 있습니다. 마이클 샌델조차 그의 언행 불일치로 비판받는 부분도 있지만 그 부분은 따로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그의 신작에서도 그의 날선 거친 비판력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놀랍도록 흡입력있게 무거운 주제를 잘 정리하는 능력도 여전히 빛났습니다. 정의와 능력주의의 공존법, 가장 예민한 이슈들에 대한 고민, 능력주의 신화에 대한 고찰을 할 수 있도록 이 책은 잘 이끌어주고 있네요. 면접이나 논술 문제에서 이 책과 관련된 내용이 많이 나올 것이라 예상되네요. 그만큼 우리 모두가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하다는 착각'에 큰 화두를 던지고 있는 책이에요. 역시 마이클 샌델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주관적 견해의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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