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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ㅣ 소설, 향
김이설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0월
평점 :
예쁜 그림이 그려진, 한 손에 꼬옥 쥐어지는 사이즈의 가벼운 소설을 만나니 읽기도 전부터 부담감이 없어졌다. 환하고 즐거운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 필사란 단어가 있으니 글을 쓰는 주인공일까? 표지를 보며 이런 저런 추측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대개 소설이나 시를 읽을 때 첫 문장이 좋으면 그 책의 마지막까지 좋았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의 첫 문장은 내 마음을 매료시키다 못해 소설을 읽자 마자 필사하고 싶게 만들만큼 매력적이었다. 소설은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맞춘 것도 있었다. 주인공이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 소설이라기 보다는 현실을 그대로 문장화한 듯 한 가족의 고단한 일상이 삶이라는 포장 아래 그려지고 있었다. 경장편이란 새로운 용어가 낯설게 다가왔지만 손에 꼭 쥐어지는 아담한 사이즈의 소설책이 매끈하게 마음에 들었는데 그 안에 담겨진 내용은 적나라하면서도 숨 막히는 일상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우리 시대 보통 사람인 나와 그녀의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소설에는 돌봄노동과 살림살이에 지친 불혹의 주인공과 가정의 불화로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온 여동생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존재한다. 이모지만 엄마 대신 조카 둘을 건사해야 했던 주인공 나는 좋아하는 시를 읽고 쓰는 것조차 사치임을 일상 속에서 깨닫고 좌절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 삶에 침잠되지 않고 기어이 밖으로 나왔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고 그녀가 집에서 나오자 내 안의 깊은 탄식도 함께 흘러 나왔다. 읽는 내내 답답했던 감정이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정작 현실에서는 집을 나오지 못하는 사례가 더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하며 눈물을 삼키고 살아가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아마 그들에게 이 소설은 어깨를 도닥여주는 역할을 해줄 것이라 생각된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말하진 않겠다, 중요한 건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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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