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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의 죄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2
하야미 가즈마사 지음, 박승후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평점 :
역주행의 돌풍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하야미 가즈마사의 소설 [무죄의 죄]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올만한 범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서점 직원들이 읽고 입소문을 내어 흥행에 성공했다는 특별한 뒷이야기도 있는 이 책은 첫 페이지를 읽자 마자 강한 흡입력에 이끌려 소설 속 다나카 유키노의 인생에 휩쓸려 들어가게 된다.
인간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극형인 사형은 항상 뜨거운 감자다. 사형을 반대하는 사람과 사형에 동조하는 이들의 첨예한 갈등은 이미 역사와 함께 이어져 오고 있다. 사형이 있어야 되는지, 없어져야 하는지는 늘 동전의 양면처럼 어떤 것이 옳은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소설가 하야미 가즈마시는 그 난해한 주제를 소설로 가져와 다시한번 독자들에게 생각해보게 해준다.
이십대 여성인 다나카 유키노는 사귀던 남자에게 정확한 이유도 모른채 이별을 당하고 스토커에 가깝게 집착하다가 결국 복수라는 칼을 꺼내 전 남친의 집에 불을 지른다. 방화로 인해 전 남친의 아내와 아이들이 죽게 되었고 이 사건은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며 사이코 패스이자 악마인 유키노는 사형에 처해져야 한다는 여론이 수렴되고 결국 사형이라는 구형이 내려지면서 소설은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판사가 읽은 판결 이유가 소설의 목차가 되고 그 내용에 따라 유키노와 연관된 인물들이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구조를 띠는 이 소설은 유키노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는 이야기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탄식이 터져나오는 유키노의 삶이 참으로 처연했고 가슴아팠다. 오랜만에 흥미로우면서도 읽고 나서 긴 여운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을 읽었다. 왜 서점 직원들이 아무 댓가도 없는 입소문 마케팅을 벌였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깊어가는 계절, 소설로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이 책 [무죄의 죄]를 추천한다. 깊고 짙은 여행이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