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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 수오서재 / 2020년 9월
평점 :
코로나블루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매일 일로 분주했던 일상이 정지된듯 고요한 일상은 무료함을 넘어 무기력으로 향해갔고 집콕 일상은 점점 나태함과 하나되어 해야할 일조차 손을 놓게 만들더군요.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러한 현상이 나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일이 줄어들고 만남을 자제하고 외출을 삼가며 종교활동을 금지한 상황 속에서 마음의 중심을 잡고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대외활동을 많이 했던 지라 집에서의 하루 하루가 처음엔 휴식같이 여겨졌지만 활동성 있던 삶이 하루 아침에 고요 속에 침잠되는 듯 했습니다. 이런 순간들 속에서 위로의 손을 내밀어 준 건 책이었습니다. 소설 한 편, 시 한 구절이 지치고 힘든 마음에 위로의 토닥임을 선사했지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힘겨워 하기에 지친 그들의 마음을 달래줄 시집 한 권을 소개해봅니다. 여전히 힘든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평안을 주며 스스로의 마음을 챙겨줄 수 있는 시가 가득 들어 있는 [마음 챙김의 시]는 아름다운 시들을 모아서 엮은 시집입니다.
시를 읽는 독자들의 숨결 또한 시가 되길 바라는 시인 류시화의 글귀를 보며 책 속 시가 내 안에 들어와 다시 시가 되는 것을 기분좋게 상상해봅니다. 시집에는 라이너 쿤체, 파블로 네루다, T.S. 엘리엇,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등 노벨문학상 시인부터 유명한 베스트셀러 시인을 비롯해 다양한 시인들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처음 접하는 시인들의 생소한 이름에 머뭇거림도 잠시 시집의 뒷편엔 친절하게 시인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곁들여 있어 낯설지 않게 시를 음미할 수 있어요. 유명한 시인의 시도 있지만 이름 모를 시인의 시도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위스콘신주의 전직 교사가 코로나를 겪으며 쓴 시는 지금 이 상황을 반영하고 있기에 더욱 마음 속에 콕 와닿았습니다. 시 모음집은 영어로 앤솔러지anthology라고 불립니다. 원래 의미는 꽃 모음이라는 뜻으로 시가 꽃처럼 아름다운 이유이겠죠.
류시화 시인은 '시를 읽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고 세상을 경이롭게 여기는 것이며 여러 색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시는 마음챙김의 소중한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겠죠. 어려운 순간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마음챙김의 순간들을 자주 가져야 합니다. 책 속 인용구인 이 말에 심장이 멎는 듯 했습니다. 바로 마야 안젤루가 한 말인데요. '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로 평가된다' 내 삶의 벅찬 순간은 과연 몇 번이었을까 생각하면서 시집을 내려 놓았습니다.
<수오서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솔직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