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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
마스다 미리 지음, 오연정 옮김 / 이봄 / 2020년 8월
평점 :
요즘 자주 마스다 미리의 신간을 만날 수 있어 신난다. 그녀의 담백한 만화와 에세이의 매력에 빠져 시리즈를 챙겨 읽으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별 것 아닌 일상 속 소소해서 더욱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그녀만의 귀염귀염한 그림 속에 묻어날만큼 느껴졌던 전작들이 참 좋았다.
거창하지 않아도 글이 되고 책이 되며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마스다 미리만큼 잘 알려주는 작가가 있을까? 이번에 읽은 책 [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는 그런 그녀의 매력에 정점을 찍은 듯 하다. 그냥 끄적거린 일기장을 들여다 본 듯 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달달구리 디저트에 열광하는 그녀는 나와 닮았다. 심사숙고해서 고른 마카롱이 맛있으면 세상 행복함을 느끼는 나란 여자와 마스다 미리의 디저트 취향은 같다. 아니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녀가 나보다 더 고수다. 여행을 가서도 빵집이나 디저트 가게 위주로 동선을 짜고 매일 출근 도장을 찍을 정도로 여행 내내 그곳에서 사는 걸 보니 난 한참 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녀의 일과와 여행 이야기가 가득하다. 어느 날의 하루 기록, 어느 곳에서의 여행 일기, 인연으로 이어지 이들과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담겨 있다. 너무 진솔해서 어쩔 땐 그녀를 잘 아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한국을 방문해 음식점에서 먹었던 한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들을 기록한 글을 보니 그녀가 얼마나 작은 것들에 신경 쓰고 알려는 의지가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 경험한 이야기들, 마주한 풍경들을 읽고 있자니 나도 내 인생을 이렇게 기록하고 싶다는 의지가 불끈 생기게 된다. 처음으로 해외 여행을 떠나게 되어 여행용 가방을 빌려 오는 길에 친구들과 마주치지 않기를 바랐다는 대목에서 또 다른 나의 풍경과 오마주되었다. 나도 그런 적 있었는데....수짱 시리즈만큼 울고 웃기진 않았지만 왠지 그녀의 일기장을 읽을 수 있는 사이가 된 것처럼 더 친해진 기분이다. 마스다 미리 그녀와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