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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 박찬용 세속 에세이
박찬용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평점 :
언제부터일까? 보통의 우리가 보통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게 된 것이. 보통이지만 보통이 아니길 바라는 보통 사람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내가 아닌 다른 것을 꿈꾸기에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과 보통이 아닌 그들과의 끊임없는 비교에서 오는 상실감이 어느새 내 삶을 짓누르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에게 [매거진 B]의 박찬용 에디터가 이야기를 건넨다. [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는 제목에서 이미 많은 말을 건네고 있었다.
에디터 박찬용의 이력을 보니 보통사람이라고 우기기엔 너무 근사하다. 국내의 굵직한 잡지사를 두루 거치면서 5년간 썼던 글들이 모여져 이 책 [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가 만들어졌다. 그가 만드는 잡지는 화려하고 세련되지만 막상 그의 글 속 세상은 소박하고 정겹고 다정하다. 특히 맨해튼의 벼룩시장 제프리 이야기는 직업 정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준다. 지금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던지 과거의 내 직업이 나를 다듬어왔음이 느껴졌다. 깍쟁이 맨해튼 제프리도 전직 에디터이기에 현직 에디터에게 동종의 직업애를 느끼지 않았던가!
도시를 걷고 취재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새롭고 화려한 것보다 낡고 오래된 것들에 눈길이 오래 머무르게 된다. 곧 없어질 것만 같아 아쉬운 마음이 반이고 옛 추억의 마음이 나머지 절반을 차지한다. 박찬용 에디터 역시 도시인들이 무심하게 지나쳐 버리는 것들에 카메라 앵글을 고정하고 마음의 주파수를 맞췄다. 그 덕분에 내가 놓친 그것들에 대한 사유의 시간이 되었다.
다양한 소재로 구성된 45개의 글 속에서 도시 관찰자의 애정어린 시선과 간직하고 싶은 소중함, 보듬고 싶은 따뜻함을 느껴본다. 후기를 대신한 원고 주변의 이야기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저자가 직접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나는 주인공이 아니라도 열심히 사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 그의 생각에 동의하며 나 역시 주인공은 아니지만 내게 주어진 오늘을 충실히, 즐겁게 살아가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