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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남형도 지음 / 김영사 / 2020년 6월
평점 :
2018년부터 ‘남기자의 체헐리즘’을 연재하며 시선에서 소외된 것들에 주목하기 시작한 기자가 있었습니다. 머니투데이의 남형도 기자인데요.
브래지어를 착용하며 여성들이 느꼈던 불편함을 몸소 체험해본 괴짜 기자인 그는 3년간 연재한 기사 ‘남기자의 체헐리즘’ 가운데 30편의 글을 뽑아 주제별로 정리해서 만든 책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를 출간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남기자의 체헐리즘의 진수를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체헐리즘이란 말이 생소한데요. 남형도 기자가 지은 말로, 체험과 저널리즘을 합쳐 만든 말입니다.
그가 기자가 된 계기는 남들과 달랐습니다. 세상을 조명하고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를 말하는 이들과는 달리 대학교에서 쓰레기통 위에 앉아 쉬고 있는 청소 아주머니를 보며 시선에서 소외된 것들에 주목하고 소리내기 위해 기자가 되기로 마음 먹었지요. 너무 근사하지 않나요? 기자라면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는!!
그는 현상을 알고 기사를 쓰는 게 아닌, 직접 체험해보고 그 입장이 되어 본 후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겪어보지 않고서는 온전히 아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누구나 알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겪어볼 수 없기에 그냥 묵과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남형도 기자의 용기는 특별합니다.
세상의 부조리를 알리는 글을 쓸 때 그것을 경험해본 사람과 지식으로 아는 사람이 쓴 글의 차이는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폐지를 주워보고, 노인이 되어 홍대를 걸어보고, 환경미화원이 되어 떨어진 낙엽을 치워보며 폐지를 100키로 주워 11000원을 벌어본 사람은 홀로 견디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다르게 반응하지 않을까요?
겪지 않고는 쓰지 않는 진정한 기자의 리얼 극한체험 프로젝트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는 읽는 내내 '대단하다'란 생각에 치우치게 됩니다. 직접 겪어보니 조금은 알게 되었다고 말하지만 아마 많이 알게 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에 따르는 책임감도 커졌을 것이고 공감능력은 몇 배 증폭되었을 겁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은 한 편의 소설같이 때론 감성 충만한 에세이로 다가옵니다. 그 사람이 되어 경험하고 하나 하나 기록하며 대중에게 알려준 남기자의 노고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따뜻함으로 남길, 그래서 이 세상이 조금은 더 밝아지길 바라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