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재단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마모토 리오의 [여름의 재단]은 이 여름에 어울리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작가 시마모토 리오는 일본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대표적인 일본의 작가다. 2015년 작품인 [여름의 재단]은 타인의 손등을 포크로 찍어버리는 특별한 사건을 시작으로 계절의 변화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재단이라는 말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물리적인 잘라냄과 정신적인 잘라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표면적으로는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해서 별 다른 감흥이 없게 느껴질 수 있는 책을 재단하며 소설가로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여름의 재단]은 가을의 여우비와 겨울의 침묵을 지나 봄의 결론으로 끝을 맺는 시간적 구조로 전개된다.

주인공 치히로는 계절의 변화처럼 한 인간으로, 또는 소설가라는 직업인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일들로 성장하고 성숙해 나간다. 주인공이자 소설가인 치히로는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당한 트라우마로 인해 남녀 간 사랑에 있어서 지나치게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참고 인내하기만 하는 성향을 보이게 된다. 이런 모습은 정상적인 남녀의 사랑 관계로 발전하기 보다는 기울어진 모습으로 관계가 진전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전형적인 나쁜 남자의 유형인 편집자 시바타를 비롯해 치히로의 남자들은 각각의 성격과 특징으로 묘사되며 그녀와관계를 맺고 있었고 독자는 자연스레 그 중에서 치히로와 가장 잘 어울리는 그는 누구인지 주목하게 된다. 소설은 내면의 심리를 풍부한 묘사와 섬세한 표현으로 잘 드러내고 있어 편안하게 흡입하듯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찾아간 오래된 가옥의 본가가 가지는 분위기와 다시 도쿄로 돌아가 거처하게 된 심플한 작업실까지 소설은 시공간적 배경과 함께 이야기가 풀어지고 엮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올가미 같은 인간관계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소설은 자연스럽게 이입이 되어 빠져들게 한다.

무언가를 잘라내는 행위인 재단에 대해, 오래된 책을 잘라내는 행위를 보며 감정 역시 깔끔하게 재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에 잠기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