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바람

어느새, 바람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28
남윤잎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3월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성큼 성큼 다가오는 이 계절은 하루가 다르게 초록의 물결과 꽃들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집에만 있다보니 실제 계절의 속도감보다 더디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지요. 오랜만에 외출을 할때면 바깥 날씨는 맑고 따뜻한데 두꺼운 겉옷을 걸쳐 입게 되곤 합니다. 그러나 매일 매일 창문 너머 봄날의 정경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워지고 있지요. 웅진 모두의 그림책 28로 만난 [어느새, 바람]은 우리가 사랑하는 계절 속 모든 순간의 바람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어느새, 바람] 속 계절은 봄에서 시작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거쳐 다시 봄에서 끝을 맺는 이야기는 아름다운 그림과 간결한 문장이 마음 속에 와닿아 큰 울림을 줍니다. 책 속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벚꽃을 보니 집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책을 들고 아파트 단지로 나옵니다. 벚꽃이 아름답게 피어난 단지 안을 걷다 단지와 연결된 뒷 동산도 올라가봅니다. 표지그림이 독특한 [어느새, 바람]은 푸르른 잔디가 무성한 곳에 책이 놓여져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바람을 따라 계절이 바뀌는 그림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보통날들의 바람이 우리의 인생 속 보일락 말락 함께 하는 모습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바람은 같은 데 계절 속 우리의 모습은 다릅니다. 바람과 일상이 함께 하니 바람없는 일상이 없음을 또한 알게 됩니다. 계절과 함께 그 안에 존재하는 우리의 삶이 잘 어우러져 있는 일상이 예쁘게 보이는 [어느새, 바람]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자신의 계절을 돌아보며 생각나게 해줍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우리의 하루 하루가 담겨 있습니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내 방의 커텐, 도서관의 열린 창문을 타고 풍겨오는 벚꽃 냄새, 가을의 낙엽을 떨구게 해주는 바람 등 계절 속 바람은 그렇게 우리와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바람과 공기, 계절과 우리를 다루는 [어느새, 바람]을 감상하며 지금 내 옆에 와 있는 이 봄날을 진하게 느껴보고 싶습니다. 가장 짧은 계절인 봄이기에 하루 하루 지나가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아름다운 봄날, 그림책 한 권이 주는 위로와 편안함을 온전히 느끼는 이 순간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