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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 2020년 전면 개정판
정목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2월
평점 :

성북동 삼선동에는 정각사라는 절이 있다. 좁은 골목길 이곳에 있을 것이라곤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작은 사찰 속 스님이 계시니 그분이 바로 정목스님이다. 국내 최초 비구니 DJ인 정목스님의 책을 처음으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처럼 책 속 내용은 이 세상 모든 존재들에게 사랑을 보내고 있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나온 글귀에 마음이 흔들렸다. 하루종일 힘들었는데,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며 몸과 마음이 고단했는데 그런 나를 향한 스님의 메시지가 참으로 따뜻하고 위로를 전해주었다.
"한마디 말이 꽃향기가 되기를 한마디 말이 따뜻한 밥 한 그릇이 되고 한마디 말이 지친 사람에게 의자가 되며 한마디 말이 상처 입은 이에게 신비한 약이 되고 언어가 지나간 자리마다 어둠을 밝히는 등불 되소서"
정목 스님은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누리고 더 많이 오르려는 우리들에게 비우라고 하고 화합하라고 하고 유연하라고 하고 고요하라고 하며 남이 아닌 나에게서 답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어찌보면 우리가 살고자 하는 방향과 반대편에서 서서 우리보고 오라고 손짓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는 프랑스 시인이자 영화감독인 장 루슬로의 시에세 가져온 것이다. 우주의 시계에서 본다면 달팽이는 결코 느린 것이 아닌 고유의 시간을 가진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조급증에서 벗어나 결코 채울 수 없는 욕망의 짐을 천천히 내려놓게 된다. 오늘은 평상시보다 느리게 걸으며 그도안 놓쳤던 무수히 많은 풍경과 눈을 마주쳐 볼까? 오늘은 평상시보다 침대에 누워 조금 늦게 일어나볼까? 오늘은 그동안 소원했던 친구에게 안부전화를 걸어볼까? 오늘은 쑥쓰러워 말로 하지 못했던 고맙다는 말을 남편에게 해볼까? 책은 나에게 많은 '해볼까'를 던져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