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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알고 있다 -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여성 식물학자의 사건 일지
퍼트리샤 윌트셔 지음, 김아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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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십수 년이 지난 미제사건도 최근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기술로 범인을 밝혀냈다는 기사를 종종 보곤 한다. 완전 범죄를 꿈꾸는 범인조차도 고려 목록에서 빗겨나가곤 하는 물리적 환경은 인간의 힘으론 어쩔 수 없는 영역이기에 초동수사와 범죄현장에 대한 꼼꼼한 수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강력범죄를 다룬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곤 하는 법의학자들은 그런 면에서 대중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곤 한다. 누구보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진실을 밝히는데 앞장서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꽃은 알고 있다]의 저자 퍼트리샤 윌트셔는 식물학자이면서 법의생택학자로 살인과 강간, 은닉과 납치 등의 강력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 일을 해오고 있다.
그녀는 현미경으로 표본을 관찰해 화분 혼합물인 꽃가루 알갱이와 곰팡이 포자인 미세 입자들을 분석하며 누가, 무엇을, 어디에서, 어떻게 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그녀는 죽은 사람의 비강에서 나온 꽃가루를 채취하는 방법을 개발해 '콧구멍의 여인'이라고 불리우게 되었다. 이런 그녀의 직업을 법의생태학자라고 한다. 법의학자에서 더 전문적인 영역이다. 4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직업군이기도 하다. 법의생태학자는 범인과 자연 세계가 상호작용하는 접점을 다루며 억울하게 죽은 망자의 영혼을 달래주는 역할도 해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식물과 동물, 미생물을 관찰하면서 발견했던 놀라움을 경이로움으로 표현하며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지 않고 그 속에서 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대한 이야기를 말해주고 있다. 실제 사건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 리얼하게 담겨 있는 이 책을 통해 신비로운 세계로의 여행을 다녀온 듯 하다.
300여 건의 강력 사건들을 수십 년 동안 밝혀왔던 베테랑 법의생태학자의 눈에는 죽음은 자연과 닮은 것이었다. 누구보다 중립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밝혀온 그녀가 말하는 세상은 불투명하지 않고 선명했다. 마법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