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는 미술관 -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
오시안 워드 지음, 이선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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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가 온몸을 내리 누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어김없이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림 앞에 서면 현실 속 시끄러운 소음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화가가 의도한 그곳으로의 여행을 오롯이 떠날 수 있다. 나는 힘들 때마다 미술관에서 힘을 얻어오곤 했다. 그림이 좋았다. 당장 바뀌는 것은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림이 주는 에너지로 인해 어느새 환해지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미술관에서 여러 제약을 받지 않고 그림을 감상하기란 쉽지 않다. 시간적 제약, 공간적 제약, 타인의 제약, 물질적 제약 등 무수히 많은 장애물이 그림과 나의 사이를 자리하고 있다. 그림과 나만의 달콤한 소유는 그렇게 늘 아쉽게도 짧게 끝이 난다.

 

그래서 사람들을 그림을 사서 집에 놓는다. 내 그림을 만드는 것이다. 그럴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그림을 다룬 책을읽는다. 그림을 책으로 접하며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미술과 관람자에 대한 그를 쓰는 예술비평가 오시안 워드의 책 [혼자보는 미술관]은 20세기 이전(1840년대부터 1890년대까지)의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을 다룬 책이다.

명작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느낌을 배제하고 싶었다는 저자는 고전 미술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하고 싶었단다. '예술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 기분을 바꾸며, 관습에 도전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매우 유쾌한 경험이 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처럼 위대한 작가의 작품에 직접 접속해 해석하고 의문을 던지고 평가하고 캐물으며 논쟁을 벌여도 된다고 생각해보라.

고전 미술을 감상하는 방법으로 제시한 '타불라 라사 TABULA RASA'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 상태를 뜻하는 말로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도 적용해볼 수 있다. 타불라 라사는 Time 시간, Association 관계, Background 배경, Understand 이해하기, Look Again 다시 보기, Assess 평가하기를 거쳐, Rhythm 리듬, Allegory 비유, Structure 구도, Atmosphere 분위기로 이어가는 것이다.

 

작가는 작품 앞에서 세 번 심호흡하라고 한다. 예술작품을 감사하는데 가장 적합한 태도라고 강조한다. 그림이 말을 걸어오는 것에 집중하고 언제나 그림을 먼저 찬찬히 감상하고 난 다음 설명을 읽으라고 한다. 다소 긴 분량으로 작성된 프롤로그를 읽고 나면 8장으로 나눠 고전 미술을 감상하는 본격적인 시간이 된다.

 

책에서 소개되는 고전 미술의 명작들은 자주 봤던 작품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무언가 다르게 느껴졌던 이유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소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 부분만 클로즈업 되어 책속에 삽입된 올 컬러의 그림들 덕분이다. 그림을 그림과 글로 감상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 그림이 가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었다.

확실히 이 책은 제목처럼 언제 어디서나 혼자 그림과 독대하며 즐기는 시간을 허락해준다. 특히 이 책의 커버를 장식한 장 앙투안 바토의 [피에로]가 새삼 다르게 보여질 정도로 새롭게 다가왔다.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비전공자 누구라도 쉽게 이해하고 다가가기 좋게 안내해주는 이 책은 고전 미술로의 한발자국을 떼게 해주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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