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 현재의 탄생 - 오늘의 세계를 만든 결정적 1년의 기록
엘리사베트 오스브링크 지음, 김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모자이크처럼 퍼즐 조각을 맞추듯 읽어 내려가다보면 어느새 일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고, 과거 1947년의 1월부터 12월의 세계 여러 곳의 모습은 그러했다.

나에겐 그저 태어나기도 전인 아득한 과거의 저편 어디쯤이지만 역사 속 1947년은 정치와 사회, 문화가 지표면의 단층으로 구분되듯 그 전과 그 후를 확 갈라 놓았다.

 

 

왜 저자는 1947년에 주목했을까? 역사 속 무수히 많은 기념비적인 해들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1947년은 최악의 희생을 빚어낸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고 나서 각 나라의 전후 극복을 위한 액션들이 대거 일어났던 해다.

전쟁이 끝났다는 것은 긍정적인 결과였지만 책 속 그 이면에 대한 이야기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영역이었다. 남자들이 전쟁에 끌려갔던 그 자리는 빈 자리들이 아닌 여성들이 차지했었고 다시 돌아온 남자들로 말할 수 없이 많은 여성들이 실직자가 되었다.

이러한 격변의 시기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도 했고, 변화를 일으키기도 했고 수많은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역사의 흐름이 전환되어 현대사회로의 발돋음이 되는 방점을 찍기도 했다.

 

 

1월부터 12월까지 전세계의 여러 도시, 다양한 인물들이 그 시간에 하고 있었던 일이나 풍경을 서술하며 세계사를 설명해주는 이 독특한 르포르타주 형태의 책 [1947 현재의 탄생]은 구성의 기막힌 특색이 아주 돋보였다. 그냥 서술적인 형태로 1947년에 일어난 일들을 나열했다면 이런 커다란 울림이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제각각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바라본 느낌이랄까?

 

 

오늘의 세계를 만든 결정적 1년의 기록은 이러했다. 그렇게 현재는 만들어졌고 세상의 진동은 주욱 이어졌다.

특히 서문에서 사람들이 전쟁 이후 제대로 된 시간을 갈구했던 모습, 그래서 시계를 찾아 헤매던 모습들은 낯설면서도 충격적이었다. 인간에게 시간은 그런 것이었다는 것이 말이다.

#책속한줄

'5월 뉴욕 - 이렇게 시간은 하나의 상상 가능한 미래에서 또 다른 미래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간다. 신중하게 선택된 몇몇 말과 특정한 순간, 숨겨진 의도, 그리고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이 모든 것이 달라진다'

'11월 뉴욕 - 마치 역사가 갑작스럽게 방향을 바꾸기라도 하는 양, 느린 속도로 꾸물꾸물 움직인다'

'12월 뉴욕 - 시간은 균형을 이루어 흐르지 않는다. 질서에서 무질서로 흐르며, 되돌릴 수도 없다. 바닥에 떨어진 유리잔과 같아서, 깨진 조각들은 이전의 상태로 완벽하게 복원될 수 없다. 또한 어떤 시점이 다른 시점보다 더 현재인지를 가리기란 불가능하다. 어쩌면 내가 한데 모으고 싶은 것은 1947년이 아닌지도 모른다. 내가 모아 맞추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다. 하나로 뭉쳐져야 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나 자신, 그리고 계속해서 떠오르는, 산산이 조각난 슬픔이다. 폭력에 대한 슬픔, 폭력에 대한 부끄러움, 부끄러움에 대한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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