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기병 - 인생은 내 맘대로 안 됐지만 투병은 내 맘대로
윤지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9월
평점 :

윤지회 그림책 작가의 책 [사기병]은 손수건을 옆에 두고 읽어야할 책이다. 엄마 생각 때문에 더
그랬다. 윤지회 작가는 아들이 두번째 생일을 맞이하기도 전에 위암 말기 환자가 되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의 두 번째 생일상도
차려주지 못한 애미의 마음이 어땠을까? 그녀의 참 예쁜 책 [사기병]은 위암 투병기를 일기로 써 내려간 1년 치 삶이 담겨
있다.
3월부터 시작된 일기는 그 다음해 2월까지 기록되어 있고 마지막 페이지에
"야호, 1년 살았다"는 그녀의 글에 나 또한 기뻤다. 그녀가 1년이라는 항암투병을 잘 해낸 것이 말이다. 단순하게 그려진 그녀의 그림에는
암환자로 투병하면서 겪어야 할 수많은 감정들이 오롯이 담겨 있었고, 많은 글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겼다.
누드제본으로 더욱 책을 보기 편하게 편집한 것도 눈길을 끈다. 꽃분홍색
표지에 윤지회 작가가 귀엽게 그려져 있는 표지를 넘기면 용기있고 꿋꿋하게 암과 잘 싸우고 있는 윤지회 작가의 삶을 볼 수 있다. 그녀의 그림은
따뜻했는데 그녀의 삶은 참 고되었다. 아프기엔 너무 해야할 일이 많은 젊은 엄마였고, 딸이었고 아내였다. 그리고 그림책
작가였다.
그녀는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지 않고 하루 하루 무사히 살아내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 아프면서 인생을 새롭게 바라봤고, 가족의 사랑을 다시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물 한모금 마시는 것 조차 너무나 힘겨운 위암환자의
삶을 통해 새삼 일상의 소중함을 느껴본다. 그녀의 잔잔했던 일상, 그녀가 정말 바라는 작은 것들이 너무나
소중했다.
아들 반지에 대한 애틋함, 자기 자리를 대신해주는 친정엄마에 대한 고마움,
남편에 대한 미안함 등 그녀가 느끼는 감정들은 작은 그림 속 하나 하나에 잘 녹아져 있다. 암 투병이라는 외롭고 긴 터널을 걸어가는 그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암에 대한 여러 이야기와 조언을 구했고 그 안에서 힘을 얻고 다시
나아갔다.
인생은 그렇다. 내 맘대로 내 의지대로 사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병마와의 사투는 인생의 방향을 바꿔놓고 내가 갈 길을 더디게 만들게 한다. 친정엄마 역시 갑작스런 암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시다. 그래서 누구보다 윤지회 작가의 삶이 더 내게 다가왔다. 그녀의 버킷리스트는 일반인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담겨
있다.
희망을 잃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날들을 받아 들이며 병을 이겨내는 윤지회
작가는 지금도 매일 그림을 그리며 작업을 하고 있다. 병이 힘들게 할 때도 있고 조금 나아져서 산책도 가능한 날이 있다. 누워 있으면서 울보가
되어 버렸다. 누구라도 그녀의 처지가 된다면 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트레이닝복만 입어 속상하지만 때론 맛있게 먹는 한 그릇의 밥으로 충분히
행복하고, 아들이 챙겨준 과자 봉지에 감격하며 초록 식물들을 정성껏 가꾸는 그녀의 삶이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살다보니 삶 속 여러 문제들이
더이상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고 갈등의 골도 더이상 갈등이 되지 않았다. 인생은 그랬다.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윤지회 작가의 어머니 편지글은 참 마음 찡하게
만들었다. 딸의 갑작스런 암 투병에 부산에서 서울로 왔다갔다하며 간병하기가 얼마나 어려웠을까? 자식이 아픈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너무나
잘 알기에 모녀의 모습은 늘 눈물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윤지회 작가는 지금도 암 투병 중이다. 암이란 그렇다. 하루 하루가
다르다. 오늘 괜찮은 가 싶으면 내일 또 많이 아프다. 그래서 매일 매일을 장담할 수 없다. 그녀의 버킷리스트 중 [사기병]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이뤄질 것 같다. 그녀처럼 아픈 이들에게 이 책이 희망이 되어줄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엄마에게 드리려 한다. 우리 엄마 암 투병에
친구같은 존재가 되어줄 것이다. 아울러 윤지회 작가의 완치를 위해 함께 응원하고 기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