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만 헤어져요

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최유나 지음, 김현원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이혼을 소재로 다룬 법정드라마를 볼 때마다 속이 터지는 듯 했다. 남의 이야기인데도 내 일처럼 화가 나고 분노가 치밀었다. 왜 사람들은 결혼을 하고 저렇게 싸우는 거야? 그러려면 왜 결혼을 했나고? 어릴 적 나는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결혼을 선택하고 이혼으로 마무리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이야기에 분개하며 결혼에 대한 환상을 일찍이 접었다.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결혼이라는 제도의 문제점, 외도, 고부갈등, 성격 차이라는 이유로 이혼하는 많은 사례들을 접하며 인간이 만들어낸 여러 제도 중 결혼은 해도 불행, 안해도 불행이라며 스스로 결론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결혼을 선택했다. 그렇게 결혼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내가 말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너무 사랑해서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이유로 결혼을 한다. 그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무수히 많은 사유로 갈등을 겪고 문제에 봉착하고 난관에 직면한다. 물론 결혼의 단맛도 많다. 어찌 안 좋은 면만 있을까? 그렇다면 인류의 결혼제도는 이미 없어졌을 것이다. 최근 송중기, 송혜교 커플의 이혼과 구혜선, 안재현 커플의 폭로전쟁에 가까운 이혼 이야기까지 이혼은 남에겐 그저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고 나에겐 인생의 커다란 상처가 된다.

예전처럼 이혼을 숨기거나 이혼을 하고 싶어도 참는 분위기는 아니다. 확실히 많이 변했다. 세대가 변하면서 가치관도 달라졌다. 이혼은 숨겨야 할 사적인 영역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이혼이 많아지니 이혼 전문 변호사가 생겨났다. 좀 더 의뢰인이 요구하는 이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가 되어주는 것이다. 이혼 전문 최유나 변호사의 책 [우리 이만 헤어져요]는 만화로 된 책이라 부담없이 많은 변호사가 하는 일과 이혼 사례 등에 대해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다.

우리가 드라마 속 캐릭터로 접해봤음직한 변호사의 실상에 대해 자세히 들려주는 이 책은 여자로 변호사로 엄마로 아내로 살아가는 최유나 변호사의 삶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혼에 대해 정말 많은 사례들이 등장한다.

이혼처럼 묵직하고 힘겨운 주제를 만화로 잘 담아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겼건만 그 어느 주제보다 훨씬 공감가며 마음에 콕 콕 와서 박히는 그림과 문장들 때문에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너무나 사랑해서 결혼했건만 상대방과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이혼을 하게 되는 여러 경우를 보면서 괜시리 사랑에 대한 허무함도 느끼고 배신감도 느껴진다. 무엇이 이들의 사이를 이렇게 원수로 만들었을까?

결혼을 해보니 왜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이 있는지 이해가 된다. 결혼은 한 사람과 한 사람이 결합하는 것이 아니었다. 한 가족과 한 가족이 연결되면서 생각치 못한 여러 갈등이 유발되었고 오랜 세월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이 맞쳐지기란 그렇게 쉽지 않았다.

이혼 전문 변호사라 의뢰인들의 사례를 100% 이혼으로 결론지으려나? 했는데 그럼에도 변호사들은 이혼보다는 조정을 더욱 독려했다. 변호사 이전에 누군가의 아내이기도 하고 엄마이기도 하며 딸이기도 하기에 그렇겠다.

이혼에 대한 선입견이 없다고 말 못하겠지만 예전보다는 상당히 유연해졌다. 어떤 경우는 이혼만이 답이라고 말해주고 싶을 때도 있다. 특히 황혼이혼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우리는 누군가의 삶에 함부로 조언을 해서는 안된다. 그 사람의 속내를 정확하고 자세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16만 독자들의 공감 변호사툰 [메리지 레드]로 인스타그램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내용을 책으로 만든 이 책에서는 미공개 에피소드와 에세이까지 수록되어 있다. 이혼에 대해 궁금하다면 팔로우하며 구독해보자. 나를 지키고 싶다면 또 가족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혼 변호사 최변의 일기장을 펼쳐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