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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품격 - 삶이 곧 하나의 문장이다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글의 품격]은 이기주 작가의 신간이다.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한때 소중했던 것들]에 이어 네번째 에세이다. 모두 다 읽었다. 이기주 작가의 책 덕분에 소중한 인연도 생겨났다. 난생처음 저자에게 사인을 받는 자리에 가서 알게되었으니 사람의 연은 참 놀랍기만 하다. 친절하게 먼저 그녀가 말을 걸어왔기에 가능했다. 내 성격에 먼저 누군가에게 손 내미는 일이 흔치 않기에 그런 그녀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참 고맙다.
내가 좋아하는 배려란 단어는 짝 배, 생각할 려로 관계를 맺는 상대방을 염려하는 것을 말한다. 그것이 배려의 본질이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그렇구나...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을 염려하는 마음이었구나. 그런 안온함이 배려다.
'프랑스의 수필가 도미니크 로로는 [심플하게 산다]라는 책에서 우리는 공간을 채우느라 공간을 잃는다라고 했다. 어디 공간뿐이랴. 우린 종종 문장을 채우느라 문장을 잃는다. 욕심이라는 손잡이 없는 칼을 필사적으로 허공에 내두르면서' (p104)
'고유한 리듬을 타며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건,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기만의 방식과 박자로 적절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p113)
'글도 그림도 힘을 빼고 여백을 만들어야 지면과 화폭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밖으로 밀어내고 본질에 집중할 수 있다' (p180)
'때로는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크로노스를 뚫고 나와 자기만의 카이로스를 확보하고 그 시간 속에서 삶을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p196)
'나는 문장을 쓰고 매만지는 과정에서 말에 언품이 있듯 글에는 문격이 있음을 깨닫는다. 품격있는 문장은 제 깊이와 크기를 함부로 뽐내지 않는다'(서문에서)
책을 읽고 기억으로 저장하고 싶은 몇 개의 문장을 남겨본다. 기자출신인 저자의 이력만으로 그의 글을 상상할 수 없다. 여성적인 감수성도 다분히 느껴지고 언어의 본질적 사유로 개념을 정의해가는 글쓰기와 세상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항상 귀기울이는 모습이 그의 특징이다. 거기에 부모에 대한 이웃에 대한 사랑이 많이 묻어나 있다. 요즘 나는 다양한 곳에서 격을 찾고 있다. 격의 멋짐을 누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