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말이 좋아서
김준태 지음 / 김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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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보는 예능 '한끼줍쇼'에서 강호동은 유독 낯선 동네에서 나무들에게 관심을 가진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공간이지만 나에게 익숙하고 내가 좋아하는 나무는 오히려 낯선 이곳을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흔히 우리는 나이가 들면 꽃이 좋아진다는 말을 한다. 나무의 이름을 잘 알고 꽃을 좋아한다면 그 사람은 연륜이 묻어나는 세대인 것이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이 말은 나에게도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생전 나무에 관심도 없던 내가 '서울시 아름다운 나무'란 주제의 현장 답사 프로그램도 신청하며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유서깊은 나무와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돈 아까워 생화를 사는 걸 꺼리던 내가 이젠 나에게 부릴 유일한 사치는 꽃을 사는 것이다라는 마음까지 먹게 되었다. 그렇다 . 나도 나이를 먹고 있는 것이다. 나의 깊어지는 연륜과 함께 꽃과 나무가 깊숙이 내 삶에 들어오고 있었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오랜시간 살아가는 나같은 사람에게 나무를 구분하고 이름을 불러주기란 꽤 어렵다. 나무의 독특한 차이를 쉽게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시골에서 자란 이들이 부럽기도 했다. 꽃도 나무도 선뜻 이름을 불러주는 그들이 말이다. [나무의 말이 좋아서]의 저자 김준태는 오랜 시간 나무와 숲의 철학을 전하기 위해 글을 쓰며 사진을 찍고 있다. 그의 신작 [나무의 말이 좋아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개의 챕터로 나눠 많은 나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무는 온 산하 어느 곳 들머리부터 날머리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사람을 반긴다'

계절별로 나눠 그 계절에 아름다운 나무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동안 궁금했던 나무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있는 시간이다. 나무는 거리나 숲, 산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학작품 속에서 또 예술 안에서 그리고 누군가의 추억 속에서도 만날 수 있다. 그 순간 그 이야기에 깊이 몰입하기 위해서는 등장하는 나무의 정확한 팩트와 그와 연결된 스토리를 자세히 알면 좋다.

 

김유정 작가의 [동백꽃]에서 노란 동백꽃이라는 말이 나온다. 누군가는 노란 동백꽃이 없다며 김유정 작가의 실수가 아닌가 지적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노란 동백꽃으로 묘사된 것이 생강나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산동백이라고 부르니 김유정 작가의 소설 속 노란 동백꽃은 맞는 말이었다. 봄날을 아름답게 해주는 조팝나무와 국수나무, 이팝나무의 이름들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그 유래를 알아가는 재미도 좋았다.

책에는 여러 나무와 그 나무의 꽃과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 다양한 나무가 있었다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인류 진화 역사에도 많은 터닝 포인트가 있었지만, 꽃의 혁명에 비할 바 못 된다. 식물이 이룩한 꽃의 혁명으로 지구상에 생물종 다양성이 풍부해지고,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나무를 통해 배울 점들을 말해주고 있다. 그중 소나무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진화의 방향을 읽어나간 소나무는 부지런히 방책을 마련하고 변신을 거듭해왔다.

 

'명분만 주장하면서 뜬 구름 잡듯 살지 말자. 구체적 전략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필요한 세상이다. 소나무가 전하는 메시지는 아주 단호하다. 정통하게 살자!'

'숲에서 만나는 느티나무, 팽나무를 응원한다. 그리고 함께 이웃하고 있는 물푸레나무, 서어나무, 갈참나무, 비목나무, 박달나무, 굴참나무에게도 전한다. 사람들처럼 우매하게 살지 말렴. 지금처럼 서로 배려하고 격려하면서 한세상 눈물 나도록 행복하게 살다 가렴'

나무는 인간보다 더 멋지게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가졌다.

 

'나무에게는 이웃하고 있는 나무가 친구이다. 그들이 실천하고 있는 우정이 그들을 지속 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숲 전체를 튼튼하게 만든다'

저자는 어떻게 살아갈까 그 물음에 답을 얻고 싶다면 숲길로 오라고 한다. 사계절 나무가 들려주는 삶의 본질과 존재의 가치에 대해 나무는 명료하고 담백하게 조언을 해준다. 천천히 느리게 숲길을 걷다보면 조금씩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숲이 말을 걸어옴을 느낀다. 깊은 숨이 자유롭게 나온다. 다채롭고 경이로운 숲을 만들어주는 나무들과 눈맞춤하는 시간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간직하고 싶다. 나무는 그렇게 우리에게 참 많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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