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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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광이 되기 전에는 읽지 않으려 했던 일본 소설이었다. 책을 즐겨 읽기 전엔 책에 대한 호불호와 선입관념,고정관념이 강했기에 그랬더랬다. 그런데 일본소설을 그룹핑시키는 일이 얼마나 우매했던 생각이었는지를 깨닫게 해준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였다.


여전히 일본소설이나 영화를 즐겨 보진 않지만 어느새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 되어 그의 책만 꽂는 공간이 있을 정도다. 무시무시한 추리소설로 독자를 옴싹달싹 못하게 만들다가도 감동과 눈물을 쏙 빼놓게 하는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오래된 베스트셀러 편지를 이제야 읽었다.

이동중에 독서를 많이 하는 나는 여느때처럼 전철 안에서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몇 장 넘기자 마자 눈물은 쏟아졌다. 비극적인 타인의 삶에 너무 깊이 개입해버린 것이다. 전철에서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다니 이건 TPO에 너무나 맞지 않는 곤란함의 절정에 다다르는 대참사였다. 더이상 읽을 수 없어 책을 덮었다.


동생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고자 열심히 일했던 츠요시는 뜻했던 바를 이루지 못하자 해서는 안될 범죄, 살인강도를 저지르게 된다. 그 기막힌 현실이 너무나 얼토당토해서 동생 나오키와 츠요시가 불쌍해서 책을 읽으며 가슴이 아려옴을 느꼈다.

츠요시는 15년 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되고 홀로 남겨진 나오키는 온갖 차별과 왕따, 무시를 당하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재능있고 진심으로 좋아했던 노래도 포기해야 했고 사랑하는 여자 또한 포기했다. 직장도 이웃도 등을 돌리는 현실에서 나오키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잊을만하면 배달되는 우편물이 있다. 여성가족부에서 오는 우편물이다. 집근처에 새롭게 이사온 성범죄자의 주소와 신상이 담긴 공고문이다.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고 나이와 이름, 주소까지 알려준다. 그 사람의 가족들이 떠올랐다. 평생 성범죄자의 가족으로 주홍글씨를 온몸에 새기고 살아갈 그들과 이 소설의 나오키가 오버랩되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소설을 통해 말하려고 했던 건 무얼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든 생각은 적절한 해답이 없을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통해 독자는 범죄자의 가족이 이세상 속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 주목할 수 있었다. 형과 의절을 선언한 나오키를 탓할 수만은 없는 그 막막한 심정을 작가는 건드리고 있다. 참 많이 울었다. 형제의 기막힌 운명이 너무나 서글펐고 가슴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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