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앗코짱을 다시 만났다. 유즈키 아사코의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를 읽고 앗코짱의 매력에 빠져 그녀와 비슷한 사람이 없나 찾을 정도였다. 후속작품으로 만난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모르는 여자가 말을 건다'에서 또 다시 끊임없는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는 매력적인 선배 앗코짱을 만났다.
유즈키 아사코는 이번 작품에서 사회 초년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의 애환을 리얼하게 묘사하며 그들을 위로하고 토닥여준다. 이웃나라 일본과 비슷한 상황인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그들의 모습은 낯설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더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녀의 책에는 언제나 맛있는 음식이 촉매제로 등장한다. 삶의 순간순간 갈등과 고비가 있을 때마다 그 음식들은 힘을 주고 해결을 해주는 열쇠가 된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내가 아니지만 그 이야기의 내용은 내 상황과 비슷하거나 닮아 있다. 그래서 소설은 독자에게 힘이 되어준다.
4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모르는 여자가 말을 건다]는 앗코짱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서 그들의 삶을 변화해나가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가장 가슴에 와닿은 이야기는 아무래도 첫 이야기인 '늦 여름 지하철의 앗코짱' 에피소드겠다.
아케미는 늘 '회사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회사에 출근한다. 그녀가 매일 일정한 시각 같은 장소에서 전철을 타는 것을 본 앗코짱은 이미 그녀의 모습에서 모든 고민의 문제를 간파하고 도움을 준다. 그 도움은 너무나 단도직입적이고 실제적이어서 아케미는 피하고 싶기만 하다.
"앗코 씨는 언제나 황당무계하고 꿈을 꾸는 것 같은 말만 한다. 그러나 그건 상상력이 마구 몸에서 넘쳐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상상력에 구원받고 상상력에 돈을 지불한다"(p118)
"한번이라도 자신한테 어울리는 곳을 생각해본 적 있어? 자기가 잘 할 것 같은 분야를 찾고 거기서 살아가는 것은 전혀 게으른 게 아냐. 오히려 진격이지"(p48)
"사람은 어디에 돈을 쓴느지 알아? 상상력과 프로의 수고와 서프라이즈에 쓰는 거야"(p75)
"앗코 씨가 해주었듯이 언젠가 자신이 먼저 누군가에게 마음의 자양이 되는 일을 해줄 수 있다면...어쩌면 앞으로 친구나 애인도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p63)
4명의 여인들은 모두 저마다의 몫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의도하지 않은대로 흘러가는 인생에 순응해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인 줄 알았는데 누군가가 해주는 위로와 격려, 조언은 그들을 다르게 만들어 주었고 결국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주었다.
읽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순간이 있다. 앗코짱이 나오는 소설이 그렇다. 그녀는 늘 느끼는 것이지만 너무 멋지다. 어딘가에 있을 앗코짱을 찾는 것보다 내가 먼저 앗코짱과 같은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괜히 심장이 떨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