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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살짝 기운다
나태주 지음, 로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2월
평점 :

지난 달 나태주 시인의 시집이 드라마에 나왔다. 주인공이 들고 읽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그렇게 소개된 시집을 딸 아이가 읽고 싶다고 했다. 그녀를 위해 구입한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제목의 로맨틱한 만큼 나태주 시인의 특유의 감성과 느낌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2015년에 씌여졌던 그 시집에 이어 나태주 시인의 신작 시집이 나왔다. [마음이 살짝 기운다]에는 미공개 신작 시 100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동안 나태주 시인은 내놓는 시집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문학계 출판시장이 얼어붙는 현실을 반영할 때 그의 행보는 이례적이었다. 시인은 일상 속 흩어져 있던 아름다움을 시인 특유의 감수성으로 어루만져 독자에게 시로 선보였다. 우리는 왜 시인처럼 일상 속 아름다움을 깨닫지 못할까? 그러한 이유로 시인은 존재하는 것이겠지 생각해본다.
나태주 시인은 다정한 감정을 시어 속에 잘 녹여낸다. 그래서 그의 시를 읽고 있자면 왠지 가슴 한켠이 따뜻하게 차오름을 느끼게 된다. 그의 시 [풀꽃]이 교과서에 수록되면서 그는 나태주라는 이름 앞에 '풀꽃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다.
시집은 아름다운 꽃 그림을 비롯한 수채화 그림과 살기 힘들다고 호소하는 이들에게 위안을 주는 시들로 채워져 있다. 버려진 물건, 쓰레기처럼 보이는 것들, 일상의 지난한 감정들을 시인은 보석같이 발굴해냈다. 그리고 그것을 시인의 소유가 아닌 서로가 상통하고 유쾌하게 주고 받는 것으로 명명한다. 그러기에 시가 더 자유롭게 느껴졌다. 더이상 왜 내눈엔 안보이는지, 내 마음엔 안 느껴지는지 불평하지 않는다. 시인이 내놓은 시는 결국 나에게로 오기 때문이다.
총 4장으로 분류되어 있는 시들은 읽으며 편안하고 읽고 나서 더 편안하다. 너를 생각하고 너를 사랑하는 일을 시로,많이 예쁘거라 오래 오래 웃고 있거라를 시로, 바람 한 점 나누어 먹고 햇살 한 잎 받아서 먹다가를 시로, 바람 부는 날이면 전화를 걸고 싶다를 시로 표현한 100편은 어느새 내 마음에 콕 박혀버렸다. 시는 어느새 나를 응원하고 공감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