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문신한 소녀
조던 하퍼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소설이 드라마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죽음을 문신한 소녀]의 작가 조던 하퍼는 그 느낌대로 드라마 작가 및 제작자로 이 소설이 데뷔작이다. 그렇기에 소설은 드라마같은 느낌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빨간색 표지의 가운데 동그랗게 구멍이 뚫려 있다. 그 안엔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보인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네이트와 그의 딸 폴리가 탄 차다.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낸 미국 캘리포니아의 암흑 조직의 묘사는 드라마 같은 소설을 만들어냈다. 어둠의 세력과는 어울리지 않은, 아직은 너무 어린 폴리는 범죄자 아빠인 네이트 덕에 엄마를 잃고 아빠와 함께 도망자의 신세가 된다. 그들을 죽이려는 세력을 피해 도망다니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또 그 가운데로 들어가 그들을 처단한다.

 

 

그 와중에 평범한 소녀였던 폴리는 엄마를 죽이고 아빠와 함께 도망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를 분노로 표출한다. 그 분노는 그 나이에서 할 수 없는 폭력으로 표출되고 하루가 다르게 아빠의 지도하에 작은 괴물로 변해간다.

스스로 금성에서 온 소녀라고 여기는 폴리의 둘도 없는 단짝인 곰인형은 이 소설의 포악한 환경에서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네이트는 그와 딸을 노리는 세력과 맞서기 위해 딸 아이에게 폭력을 가르친다.

 

"세상은 네가 스스로를 두렵게 느끼길 원해. 넌 주먹이 날아오도록 놔둬야 해. 그것을 받아들여. 그럴 준비가 돼 있어야 해. 한 대 맞았다고 해서 정신을 놓고 미쳐버리면 안돼. 그대로 얼음처럼 굳어져도 안 되고. 넌 그 주먹을 맞고 거기 맞서 주먹을 날려야 하는 거야"(p158)

네이트가 감옥에서 본의 아니게 만든 적들은 그가 감옥을 출소하고 나서 새롭게 살 세상에서 위협의 존재가 되었다. 이제야 정상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그의 바람은 철저하게 무너졌다. 결국 아내는 살해 당하고 딸 아이는 평생 겪지 말아야할 일들을 짧은 시간 안에 경험했고, 극심한 고통이 수반된 현실 속에 내던져졌다. 소설은 너무나 잔인한 현실의 한 단면을 들춰냈다.

 

 

그것이 허구의 세상일 것이란 생각은 안든다. 소설은 그 어떤 것보다 현실의 한 단면이기에, 어디선가 이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가 있을 것만 같다. 총알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액션과 고작 열한 살인 소녀의 살벌한 분노가 너무나 리얼하게 묘사되어 책을 읽는 내내 격투가 벌어지는 한 복판에 노출된 것만 같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