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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예측 - 세계 석학 8인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다
유발 하라리 외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정현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2월
평점 :

세계 석학 8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것도 우리가 잘 알지 못해 불안해하는 분야의 내용을 다룬다면 더욱 그렇다. 역사학, 경제학, 진화생물학 등 석학들이 예측하는 다가오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미래를 결정짓는 요인들은 무엇인가? 지식의 거장들이 예견하는 미래는 내일로 나아가는 나침반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책을 읽기 전 기대감에 휩싸였다. 누군가는 '4차 산업혁명이 뜬구름 잡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처럼 미래는 그렇게 우리에게 실체없는 거인이 진격해 달려오는 형국이다. 책은 그 해답을 스스로 찾도록 방향을 알려준다.
8명의 세계적인 석학들과의 대담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책은 다루는 주제에 비해 구어체로 그것도 두껍지 않게 만들어져 누구나 흥미롭고 다가가기 쉽다. '사피엔스'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호모 데우스' 등 이미 전작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예측해왔던 유발 하라리는 앞으로 30년 안에 우리가 내릴 수많은 결정은 우리의 생명까지 좌지우지할 것이라 말한다. 장기적 세계에서 역사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힘을 얻었지만 그 힘을 행복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인류의 문제를 지적하고 정치가와 유권자가 세상의 변화에서 소외되며 과학기술만 극적인 발전을 거듭해 인류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음을 강하게 지적한다. 인류에게 닥칠 위기 세가지로 핵전쟁, 지구온난화, 과학기술에 의한 실존적 위기에 직면할 것을 꼽은 그는 국제적인 동조와 위기 극복을 함께 해야함을 강조한다. 그가 30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 묻는 질문에 답한 내용은 이렇다.
"학자로서 제 사명은 최악의 상황까지 포함해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일입니다. 사람들이 무용 계급의 출현과 같은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기 전에 미리 대처할 수 있으니까요. ...특정 가능성에 위기감을 느낀다면 당장 행동하세요"
'총,균,쇠'. '문명의 붕괴' 등의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거시적 안목으로 역사를 탐구하는 대표적인 석학이다. 그와의 대담은 우리가 문제로 여겼던 것들의 관점을 다르게 생각해보게 해주는 내용들이었다. 저출산 문제로 심각한 사회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이나 우리는 세월이 오래 흐른 후에 국가가 없어질 정도가 될 것이라 예측한다. 그러나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자원에 대한 수요 측면에서 저출산은 오히려 새로운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피력한다. 인구 감소가 재앙이라는 다수의 의견에 반한 그의 의견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전통사회의 이점을 배워야 한다는 것,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등은 다시한번 관점을 다양하게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우리는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엄청나게 소비하고 있습니다. 나라 간 소비수준에 엄청난 격차가 있는데 이를 방치하는 한 세계는 불안정할 것입니다. 향후 30년 안에 이 난제에 답을 도출할 수 있을까요? 만일 성공하지 못한다면 50년 후, 100년 후 세계는 '살아갈 이유가 없는' 곳으로 변모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국제 저널리스트인 오노 가즈모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그가 엮은 이번 대담집은 읽는 내내 가슴 뜀을 느낄 수 있었다. 수천 명의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면서 같은 문제를 다르게 예측하는 것들을 수없이 많이 봐왔다. 그는 8명의 석학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칠 줄 모르는 지적 탐구,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는 솔직한 고백,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는 대담한 그들의 의견 들을 통해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는 작은 길잡이가 되길 바랐다.
문명의 분기점에서 미래에 대한 예측은 그 자체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던 간에 말이다. 30년 후 우리의 삶은 어떻게 펼쳐질까? 머릿속이 복잡한 듯 환하게 펼쳐지는 느낌이 들면서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