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에 이어 일본소설을 역대급으로 읽고 있다. 사실 그전에는 일본소설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는 게 맞다. 처음 읽었던 일본소설에서 생긴 선입견의 결과였다. 그런데 일본작가들의 여러 작품을 읽다보니 그건 말 그대로 선입견에 불과했다. 좋은 작품들이 너무 많다. [너는 기억못하겠지만]으로 처음 알게 된 작가 후지마루는 이 소설을 읽고 나서 기대감이 들었던 이다.



라이트노블이고 고등학생이 주인공이어서 다소 가벼운 대화체가 많은 게 특징인 이 소설은 그런 면에서 묵직한 소설은 아니다. 소재 역시 판타지로 다뤄지는 죽은 자의 이야기다. 예전에 방영된 드라마 도깨비가 연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등학생 사쿠라 신지는 같은 반 인싸 동급생인 하나모리 유키에게 '사신' 아르바이트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고민 끝에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다소 생소한 용어인 사신은 미련이 남아 황천길로 떠나지 못하는 죽은 자인 사자의 소원을 들어주고 저세상으로의 여행을 잘 떠나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이런 말도 안되는 아르바이트를 정상적으로 받아들일 사쿠라가 아니었지만 결국 시급 300엔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나는 사자들의 기구한 삶의 이야기들이 이 소설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작가는 사자들을 사회적 문제와 연관시킨 죽음으로 골랐다. 학대받아 엄마에게 죽임 당한 어린이, 사회적 부적응자로 억울하게 죽은 노숙자, 교통사고로 어이없이 죽음을 맞은 고등학생, 주류가 되지 못하고 비주류의 인생을 살다 허망하게 죽은 아저씨 등 사자들의 이면을 살피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쉽게 접하는 사건 사고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이야기와 현실과 마주하며 독자는 다시한번 사회문제를 들여다보고 무엇이 정답인지 고민하게 된다.


"사자는 추가시간에 신비한 힘을 하나 사용할 수 있게 돼. 우리는 그걸 사자의 힘이라고 불러"(p89)

"미련을 품고 죽은 사람이 사자가 된다. 사자의 힘을 통해 미련이 무엇인지 알아낸다"(p91)

"절망 속에서 문득 경험한 마음의 해후. 신비한 뭔가가 소용돌이치는 밤이었다"(p262)


자포자기한 삶을 살았던 사쿠라를 외면하지 않고 외로움을 달래주며 혼자가 아니라고 가르쳐 준 하나모리 , 그리고 다양한 사자와 만날 기회를 주었기에 사쿠라는 다시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성장해나갔다. 소설은 고등학생들의 발랄한 대화체와 장난끼 어린 행동들이 사자들의 힘겨운 현실과 어우러져 가볍지만 결코 가벼운 것이 다가아닌 소설로 독자와 마주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