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던
박애희 지음 / 걷는나무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13년 차 라디오 작가 박애희의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은 그녀의 가족 특히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젊은 시절 인정받지 못하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던 그 시절, 서럽고 속상한 청춘은 엄마가 있었기에 그나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엄마가 병들고 아프다 어느 순간 내 곁을 떠나버리게 되면 상실감은 절망감으로 다가오게 된다.


바쁜 일상 속 속상한 일이 있거나 힘들때면 우리는 누구나 엄마를 찾는다. 엄마에게 털어놓고 엄마가 해준 음식을 먹으면 또 그 고단한 일들이 그냥 그냥 참을 만하게 지나갈 것만 같다. 그러나 우리 곁에 천년 만년 살아있을 것만 같은 엄마와 아빠는 현실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거의 매달 있는 조문이 내 나이가 그렇다는 것을 말해준다. 여기 저기 들려오는 부고의 소식은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저자 박애희는 라디오 작가다. 그래서 그녀의 어머니는 늘 그녀가 일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빼먹지 않고 들으셨다. 가끔 가족이야기를 오프닝 멘트에 썼던 날이면 엄마도 눈치를 채셨다. "우리 이야기를 썼구나!"

가족의 죽음은 짊어지기 쉽지 않은 멍에와 같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그 빈자리를 느낄 때마다 저자는 힘겨워했다.


"당신에게 벽난로 같은 무언가가 없다면 하나쯤 만들어야 한다. 찾아가면 언제나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곳"(p26)


'사람의 마음과 마음 사이에서 울고 웃는 인생을 겁내지 않고 기쁘게 살아가고 싶다'(p66)


'이제는 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가 가장 행복해하는 것을 함께 좋아해 주는 일이라는 것을'(p98)



엄마와 여행을 떠났던 기억, 엄마가 해준 반찬, 어릴적 이야기를 들려주던 엄마, 엄마가 응원해주었던 한마디, 언제나 억척스럽게 일했던 엄마의 모습 등 저자는 여러 에피소드에서 엄마와 함께한 추억을 조곤조곤 이야기해준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녀의 엄마에게서 내 엄마의 모습이 비춰졌고 내 엄마의 이야기같은 무언가를 느꼈다. 그것은 이세상의 모든 엄마가 가진 공통점인 모성애였던 것이다. 나도 엄마이지만 엄마란 참 힘든 직업이다. 자식을 위해 한평생 살고 이겨내고 견디며 응원하고 믿어줘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힘겨운 병과 투쟁중이신 나의 엄마가 이 책을 읽으며 매 문장마다 떠올랐다. 엄마가 살아계실 때 더 안부를 묻고 더 자주 찾아뵙고 더 자주 사랑한다 안아드려야 하는데 왜 그것을 못하는 걸까? 책은 각박한 현실에 파묻혀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옆에 있어 늘 그 고마움을 모르는 존재인 엄마와 아빠, 가족이라는 것을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고 있다.



"이야기를 사랑하고 이야기의 가치를 알았던 엄마. 엄마는 이제 내게 또 하나의 이야기로 남았다. 숱한 밤마다 쌓인 그리움은 한 권의 책이 되겠지. 엄마는 이 책을 보고 뭐라고 할까? 너무나 궁금하지만...그 장면만은 어디서도 볼 수가 없다"(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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