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잠들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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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초기작인 [용은 잠들다]는 1992년 초판이 출간된 책이다. 이번에 읽은 개정판은 작가의 명성에 맞게 초기작부터 탄탄했던 면모를 확인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미야베 미유키는 판타지와 미스터리를 잘 조합해내는 작가다. 이번 소설의 소재는 '사이킥'이다. 사이킥이란 초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 사이킥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초능력을 매개로 인간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게 해준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두 소년 신지와 나오야의 캐릭터를 마주하는 내내 초능력이란 어떤 것인가 다시한번 재조명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흔히들 "누군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의 마음이 그냥 아무 필터링없이 느껴지고 알게 된다면 그것만큼 무섭고 소름끼치는 일이 또 있을까? 무서운 범죄를 저지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내가 싫다고 여기는 사람 등 알고 싶지 않고 알면 기분 나쁜 생각들이 마구 보여진다면 그것을 수용하고 인식하는 자체에서 과부하로 정신적 피해를 입을 일은 뻔하다.

잡지 기자인 고사카와 신지의 만남, 신지로 인해 알게된 나오야, 나오야로 알게된 나나에, 그리고 고사카의 직장 동료들까지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보며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맺는 인연이라는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된다.

서로 다른 성격의 초능력자인 신지와 나오야를 보면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서로 다른 결과를 보게 된다. 사에코와 나나에라는 두 여인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확인해볼 수 있다. 이처럼 탁월한 캐릭터의 조형과 대사설정은 거장 미야베 미유키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랜만에 '믿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인 초능력에 빠져 지냈던 독서시간이었다. 정말 어딘가에 사이킥이 존재하고 있다면 이런 가정을 해보니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끔 다른 사람의 뇌 속에 들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이젠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된다. 책이 주는 메시지다. 재밌게 초능력에 빠져들었던 시간이었다.

"이따금 이런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정말로 자기 자신 안에 용을 한 마리 키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요. 상상도 할 수 없는 능력을 갖춘, 신비한 모습의 용을 말이죠. 그 용은 잠들어 있거나, 깨어 있거나, 함부로 움직이고 있거나 병들어 있거나 하죠"(p469)

"우리는 각자 몸 안에 용을 한 마리씩 키우고 있다. 어마어마한 힘을 숨긴, 불가사의한 모습의 잠자는 용을, 그리고 한번 그 용이 깨어나면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밖에 없다. 부디,부디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무서운 재앙이 내리는 일이 없기를 . 내 안에 있는 용이 부디 나를 지켜주기를. 오로지 그것만을.(p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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