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의 시대 - 일, 사람, 언어의 기록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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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몸을 지배해 온 시대의 언어들을 다룬 [훈의 시대]는 사회구성원들을 규정하고 통제하는 언어 '훈'에 대한 이야기다. 이책의 저자 김민섭은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고, 그 이후 더 파격적인 [대리사회]를 써서 다시한번 이슈를 일으켰다. 시간강사의 실상을 고발하고 대리운전을 하며 겪었던 삶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다뤘던 그였기에 그의 차기작이 기다려졌고 어떤 이야기를 다룰지 궁금했다.

그의 신간은 의외의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더이상 대리운전을 하지 않고 집필만을 하며 살고 있는 그는 그의 전작 두 권으로 사회를 고백했지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었다는 씁쓸한 고백을 한다.

그것을 깨달아서일까? 고백이라는 행위에서 제안을 하는 책 [훈의 시대]를 썼다. 훈이란 규정된 언어로, 한 시대의 포위하고 있는 언어의 기록을 책 속 가득 담았다.

책에서는 학교의 훈인 교훈, 회사의 훈인 사훈, 개인의 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학교의 훈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여학교의 교가와 교훈에 있는 내용들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순결과 여자다움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학교가 대단히 많다는 것이다. 김민섭 작가의 지적에 교가와 교훈을 바꾼 학교의 용기와 행동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편해하고 물음표를 가져야 한다"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서 크고 작은 제도와 문화를 바꾸어간다면, 우리 사회 역시 변화하게 된다"

낡은 언어를 청산하고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을 버릴줄 아는 사람이 되길 당부하는 그는 훈을 다루면서 특유의 사회적 문제들까지 한꺼번에 독자와 공유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를 스스로 도모하게 해준다.

그의 전작 두권이 주는 영향력이 너무 컸던 것일까? [훈의 시대]는 그에 비해서는 목소리는 작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거나 문제제기를 해보지 않았던 영역을 건드려줬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우리를 규정하는 언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사회,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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