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안 와 웅진 모두의 그림책 13
고정순 지음 / 웅진주니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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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 모두의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가 즐기는 그림책 시리즈다. 그 중에서 워킹맘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엄마 왜 안와]는 나의 어릴적 모습과 내 아이의 어릴 적 모습이 담겨져 있다. 어릴적 친정어머니는 워킹맘이셨다. 항상 바쁘게 생활하는 엄마에게 시간은 늘 부족했다. 퇴근 길에 시장에서 장을 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세 아이를 챙겨 먹이고 집안을 정리하다보면 어느새 잠잘 시간이 된다. 그리고 또 새벽같이 일어나서 시작되는 하루의 일과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힘겨웠을 가사와 육아였다. 그때는 집에서 홈웨어를 입고 하교하는 아이를 다정하게 맞이하는 엄마를 가진 아이가 부러웠다.

학교 끝마치고 집에 오면 나보다 먼저 집에 온 두 동생들이 집안을 어지르며 놀고 있었고 배가 고파 엄마가 두고 간 백원을 들고 가게에 가 과자나 사탕을 사먹곤 했다. 엄마가 준비해둔 고구마나 감자, 누룽지보다 초등학생에겐 과자와 사탕이 더 맛있었다.

해가 질 무렵이면 배에서는 어김없이 꼬르륵 배꼽시계가 울리고, 칭얼대는 동생들을 데리고 대문 밖으로 나간다. 문턱에 쪼그리고 앉아 엄마가 언제 오시나 길가를 쳐다보는 게 일상이었던 그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내가 커서 엄마가 되면 난 일하는 엄마가 아닌 아이 옆에 있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보니 집에 있는 엄마보다는 일하는 엄마가 되어야만 했다. 그렇게 나는 일하는 엄마가 되었고 내 아이는 외할머니와 친할머니의 집을 오가며 맡겨졌다. 그래도 나 어릴 적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이 아닌 할머니손이었기에...

 

 

그러나 아이는 내 바람과는 달리 자주 전화를 했다. "엄마 언제 와?" "엄마 왜 안와?" 이 말들을 무수히 많이 했다. 아이는 엄마가 필요했고 엄마는 일을 해야만 했던 그 시간들이 이 책을 읽으며 오버랩된다. 이 책 역시 어린 자녀가 일하는 엄마를 기다리며 엄마에게 왜 안오냐며 계속 묻는다. 여느 엄마들 같으면 "엄마 일하자나, 너도 알다시피", "전화 하지말고 기다리고 있어"라는 말들이 오갈 것이다. 그런데 그림책 속 엄마는 참 상냥하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상황을 설명하고 기다려 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 상황들이 아이가 잘 이해하도록 전해지니 엄마의 큰 사랑이 말 한마디에 담겨 있음을 깨닫는다.

망가진 복사기 때문에 늦어지기도 하고, 끝없는 회의때문에 퇴근시간은 이미 지나고, 계속되는 전화로 일을 끝마칠 수 없는 엄마는 드디어 아이가 있는 집으로 간다. 만원인 엘리베이터를 간신히 타고 지옥철에 몸을 싣고 마트로 달려가 장을 본 후에야 집에 도착해 아이와 마주하게 된다. 아이와 꼭 안은 엄마의 모습이 예전의 내 모습이다. 

 "언제나 나를 기다려준 네게로 무사히 돌아올 거야"
엄마의 등위에 올라탄 아이의 모습을 보며 가장 행복한 순간임을 압니다. 기다리는 아이가 있는 집으로, 엄마가 필요한 아이에게 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림책 [엄마 언제 와]를 읽으며 나 어릴적 그때가 떠올랐고, 내 아이의 어릴 적 그 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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