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협상가인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어떤 화법이 있는 것일까? '문재인 현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그가 궁금하다. 특별한 언변이 있는 것같지 않은데 이상하게 그가 말하면 진심이 보인다. 그 힘은 무엇일까? 늘 궁금하던 차에 반가운 책 [문재인의 말하기]를 만났다.
저자는 문대통령이 가진 힘이 '대단히 설득력 있는 말하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결론내렸다. 언어적 요소 이외에도 비언어적 요소를 적절히 활용해 편안함과 신뢰감을 심어줄줄 아는 사람이란다. 이쯤되니 말주변이 없어도 설득력있는 언변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때와 장소, 대상에 따라 말투와 이야기 흐름을 자주 바꾸고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가 강한 설득력을 갖을 수 있었던 비법일지도 모른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객관적 태도로 썼다는 저자는 책속 구석구석 마디마디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히려 칭찬의 말이 궁색해 보일까 걱정한다. 책을 읽으며 나 역시 문대통령의 말말말에 감동하고 미소지었다.
사람을 만나면 늘 자기소개를 해야 한다. 특별한 무언가를 말하고 싶지만 또 특별히 생각나는게 없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런 나같은 이들을 위해 '자기소개의 정석'부터 이야기를 꺼낸다. 대부분 자기소개에서는 약점을 말하지 않는데 문대통령은 달랐다.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내세워 승부수를 띄우는데 그것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다가와 친근감과 신뢰감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상대방과의 공통점을 찾아 말하고, 상대방과 자랑스러움을 공유하니 마음이 스르륵 녹게 된다. 그의 화법에서 눈에 띄는 점은 첫째, 둘째, 셋째를 잘 섞어쓴다는 것이다. 또한 알파벳 등을 이용해 세련되게 변용하기, 상대방의 특성에 맞춤형으로 변용해 말하기 등 따라하고 싶은 특성들이 자세하게 열거되어 있다.
질문을 잘 활용하는 것도 좋은 화법인데, 질문에 감정을 공유하고 누군가를 알아봐주기 위한 질문을 하며, 질문 속에 자랑을 나 대신 우리라는 말로 하여 함께 어깨가 으쓱해지는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책 속 가득 들어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들은 위로를 주고 생각을 바꾸게 하고 그의 편이 되게 했다. 무엇보다 그의 말들은 현란한 언어가 아닌 평범한 말들이었고, 표정과 제스처, 몸짓, 터치 등의 비언어적 부분까지 모두 그를 구성해주었다. 그것이 바로 문재인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말을 내뱉는 마음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말도 마음밭에 따라 어감이 달라짐은 인지상정, 그래서 인격이 말을 대변함을 우리는 경험한다.
우리의 말이 곧 인격이기에 더욱 더 말하기는 신경이 쓰인다.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제대로된 말들을 들은 느낌이 든다. 내 의도와 다른 말들이 자꾸 나온다면 이 책을 읽으며 다시한번 말하기에 대해 방법론적 측면에서 접근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