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오구니 시로 지음, 김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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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일과 16일 kbs스페셜 <주문을 잊는 음식점>이 방영된다. 그 원작 스토리인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엮은 책으로,  치매 환자들이 서빙을 보았던 일본의 작은 식당 이야기다. 햄버그를 주문하면 만두가 나오고 만두를 주문하면 피자가 나오기도 한다. 그런 일들이 정말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이 책을 펼쳐라. 실수 연발이지만 누구도 화내지 않고 그 실수를 즐기는 식당인 이곳은 주문을 받는 스태프들이 모두 치매나 인지 장애를 앓고 있는 상태이기에 실수를 인정하고 오히려 즐기려는 곳이다.

 

어떻게 이런 곳이 생겼을까? 식당이라면 음식을 주문하고 제대로 서빙하며 서비스를 제공해야할 곳인데 말이다.

"이 식당은 애초부터 '주문을 틀린다'고 전제를 했기 때문에 나는 화를 내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메뉴가 나와도 싫어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렇게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2017년 6월 3일과 4일 이틀동안 도쿄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을 빌려 오픈하게 되었다. 오구니 시로라는 pd의 아이디어가 여러 전문가들의 협력에 의해 현실화된 것이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았던 사회에서 실수를 즐기고 그러한 가치관이 이 식당과 함께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들이 모여 짧은 시간 안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메뉴는 단 3개, 스페셜 당일 한정 피자와 햄버그 그릴 꽃등심 스튜, 수제 새우 물만두 정식으로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그러나 치매환자들에게는 또 달랐다. 메뉴를 제대로 듣고 표기하는 것도 어려웠고 음식을 각각 맞춰 테이블에 올려 넣는 것은 더 어려웠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는 다양한 치매 환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일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린 요시코 씨, 첼로와 피아노 연주를 하는 미카와 씨 부부, 대기업 비서 출신인 미도리 씨, 에테가미 선생님이었던 히데코 씨, 따뜻하고 붙임성 좋아 인기 스타였던 에미코 씨 등 치매 환자이지만 그 이전엔 사회 여러 곳에서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고 가정에서는 사랑을 받았던 사람들이었다.

 

단 네시간 오픈하는 식당에서 일하며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각박한 현대사회를 바쁘게 살아가며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이 시대에 많은 울림을 주었다. 주변에 치매 질병을  겪고 있는 부모님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한다. 그만큼 치매는 우리에게 많이 다가온 질병이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한순간에 치매로 정상적인 활동을 못하게 되는 비극적인 상황에서 이 책은 희망의 끈을 잡게 해준다.

 

이틀동안 문을 연 이 작은 식당의 이야기는 전세계로 퍼져 나가며 소중한 이야기가 되었고, 치매 환자를 과소평가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이들은 치매 환자이기 이전에 인간이었고, 틀린다고 해도 용서받을 수 있으며, 그러한 여유로운 마음이 모여 실수를 받아들이고 함께 즐기게 해주는 사회가 만들어지는데 일조했다. 치매 환자가 주변에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을 이해하도록 해보는 것도 좋겠다. 병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수반되어야 그들과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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