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꽤 재밌는 제목의 책 [신경끄기의 기술]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다. 2017년 아마존에서 최고로 많이 읽은 책, 미국 네티즌 추천 2017 최고의 책까지 등극한 이 책은 명성이 너무 자자하니 궁금증이 점점 커졌던 책이다. 신경 쓸 일이 많은 현대인에게 신경을 끄라고 하니 이처럼 반가운 일이 있겠는가?
미국의 영향력있는 파워블로거들이 쓴 책들을 여럿 읽어봤는데 작가 출신이 아니기에 특히 이들의 글은 위트 있고 직선적이며 거리낌없이 일상 속 이야기들을 끄집어 내는 특징이 있다. 이 책의 저자 마크 맨슨 역시 그 범주의 경계를 벗어나지 않았다. 학창시절 문제란 문제는 다 일으키고 문제 중 가장 큰 문제인 마약문제로 퇴학 당한 그가 사회에서 겪었던 쓴 맛은 제대로였다. 지금은 인생역전이란 말을 만든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으니 사람의 한치 앞 일은 누구도 예측하고 속단할 수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경끄기의 기술이다. 이 기술은 삶의 방향을 재조정하고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게 해주는 단순한 방법이다"신경 끄기의 기술은 실용적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하고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갖게 한다. 불필요한 것들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 본질에 집중하니 삶의 본연이 회복되어 삶이 제대로 보이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신경끄기의 핵심이겠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가진 것만으로도 절대 만족하지 못하고 오로지 가지지 못한 것으로만 만족하게 되어 있다. 이런 끊임없는 불만족이 인간이라는 종을 싸우고 분투하며 번성하고 승리하게 했다"삶에서 가장 중요한 진실이 귀에는 가장 거슬리는 법이라 말하며 고통조차 쓸모있다고 말하는 그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찾는 삶을 추구한다. 삶의 문제는 없어지는 것이 아닌 바뀌거나 나아질 뿐이라는 것을 제대로 깨닫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문제를 피하는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오노다와 스즈키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음에도 전쟁이 끝난 것을 인정하지 않고 30년 동안 명령을 따라 홀로 싸우는 오노다와 모험가인 스즈키가 그를 찾아 떠나 드디어 만난 이야기는 영화같은 실화였다."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다면 어디에 가치를 둘 것인지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실패와 성공을 가를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가장 와닿았던 문장은 "나이가 들고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틀린 점을 조금씩 덜어내 매일 매일 덜 틀린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문제가 없을 수 없고 언제나 옳을 수 없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원한다면 중요한 것만 남기고 버리라는 말은 불필요한 것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일 것이다. 삶은 우리를 작은 것에 연연하게 하고 목숨걸게 할 때가 많다. 의도하던 그렇지 않던 간에......
가장 도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마크 맨슨은 쉽게 글을 쓰는 사람이다. 거침없이 19금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난데없이 사랑이야기에 자기과시를 하는 그의 스타일이 내 코드는 아니지만 그가 말하는 여러 주장들의 단호박 일침은 많은 이들에게 강력하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여기에 상스럽고 무자비한 유머까지 더해지니 미국에서 많은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지극히 미국적인 자기계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