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존 그린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미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책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는 영화 [안녕,헤이즐]의 원작 소설인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의 작가 존 그린의 새 장편소설이다. 잔잔하면서도 인간의 내면을 잘 그려내어 매니아 독자층이 두터운 존 그린은 이번에도 그의 스타일을 어김없이 작품속에 꾹꾹 눌러담은 청소년 성장소설을 선보였다. 나선형으로 휘몰아치는 생각의 늪에 빠져 자신의 삶이지만 자신의 것이 아닌 객관화로 살아가는 주인공 에이자는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지 못한 채 늘 타자로 자신의 삶 속 바운더리를 구성해나가고 있었다. 

 

이 책은 첫 페이지가 가장 강렬했고, 마지막 페이지가 가장 감동적이었다. 주인공 에이자는 자신을 소설 속 인물로 여기며 자신이 작가인 척 살아간다고 말한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그녀는 '단수 고유명사인 '나'는 늘 주위의 영향을 받으며 계속 살아 나갈거야'라고 독백한다. 어찌보면 소설의 처음에서 눈치챌 수 있었던 그녀의 정신병은 마지막 페이지에서도 고쳐지지 않은 채 결말을 맺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자는 계속 살아나가고,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았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게 된다.

 

'사람은 뜻대로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뜻을 세울지는 뜻대로 할 수 없다'라는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말이 책 속에 소개되는데 이 말이 주는 묘한 매력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속에 각인되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단정했다. 에이자의 친구였던 데이비스의 아버지 러셀 피킷은 억만장자 회장으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게 된다. 그에 대한 현상금으로 10만 달러가 붙으면서 에이자의 단짝친구 데이지는 에이자에게 러셀 피킷을 찾아 현상금을 받아내자고 제의하고 둘은 그렇게 돈을 벌기 위해 친구의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 헤매게 된다. 그렇게 몇 년 만에 데이비스와 재회하고 그의 동생 노아를 만나게 되며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어른이 되기 전 청소년들의 순수하고 해맑은 시각에서 펼쳐진다.

열여섯 살 고등학생들의 삶에서 벌어지는 학교와 친구, 사랑과 갈등이 빚어내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문제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에 잔잔한 감동을 느껴볼 수 있다. 특히 에이자와 데이지의 우정, 에이자와 데이비스의 사랑, 데이비스와 아버지, 동생과의 관계 속에서 많은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에이자의 엄지손톱으로 손끝을 누르는 습관은 그녀 자신이 실존하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하려는 몸부림이었고, 자신이 진짜라는 것을 깨닫기 위한 자학이었다. 데이비스 역시 수많은 격언들을 의지하며 스스로를 버텨왔다. 그가 인용한 프로스트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내가 삶에 관해 배운 가르침은 두 단어로 요약된다. 삶은 계속된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며 이 문장을 기억하고 싶다.

"우리는 정말로 다시 보고 싶은 사람에게만 작별인사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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